닥터헬기가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의 범국민 릴레이 캠페인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라는 말을 줄인 소생 캠페인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닥터헬기 소리를 우리 사회가 성숙하게 수용하고 응원하기 위해 만든 캠페인이다. 풍선을 불어 터뜨리거나 응원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 참여할 수 있다. 풍선이 터질 때 나는 소리 크기가 닥터헬기 이착륙 시 나는 소리 크기와 유사한 데서 착안한 퍼포먼스다.
지난해 12월 다양한 경력을 가진 10여 명으로 구성된 일명 소생 팀이 꾸려지면서 5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달 7일부터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시작 2주 만에 소생 캠페인을 알리는 메인 동영상의 조회수는 9만 뷰를 넘었다. 캠페인 참여 인원도 1000명에 근접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구독자나 팔로어 수 0명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숫자다.
대한적십자사와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인사는 물론이고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참여해 소생 캠페인 시작을 알렸다. 이 외에도 임호 류승룡 정보석 이혜정 이용식 서유리 이규한 등 많은 연예인들이 참여 동영상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려줬다. 안정환 김연경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도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 군인들도 소생 캠페인에 동참한 동영상을 보내왔다. 이들은 “충성”이라는 구호로 시작해 “닥터헬기 소리는 하늘을 나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입니다. 소중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절도 있고 힘찬 목소리를 영상으로 담았다.
진정 군·관·민이 모두 참여하고 남녀노소가 구분 없이 동참하는 단합과 화합의 캠페인으로 소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심지어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있는 어린이 전문 예술단이 소생 캠페인에 참여하는 영상을 보내오기도 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현지어로 소생 캠페인에 참여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자살률 1위인 데다 최근 유난히 살인 사건이 많아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소생 캠페인에 쏟아지는 다양한 영상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감싸주는 포근한 담요가 되어주길 바란다면 무리일까.
실제로 메인 소생 캠페인 동영상에 달린 700여 개의 댓글에서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댓글 중 하나를 소개한다. “오늘 마침 일하는데 아주대병원 쪽에서 구조헬기가 날더라고요. 전 그래서 시끄럽다기보다 무슨 일이 있는가 걱정부터 되더라고요. 제발 다른 사람들도 본인만 생각하지 말고 남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구조헬기를 쓰게 될 일이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아주대병원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은 “닥터헬기는 국가와 사회가 상당히 선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말했다.
닥터헬기를 바라볼 때 소음을 발생시키는 기피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 헬기 안에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료진의 사투가 있다고 생각할 때 선진국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소생 캠페인을 한 번 더 외쳐본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