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승 공동선두 SK 에이스 김광현 직구-슬라이더로 밀어붙이다 올해 느린 스플리터-커브 장착 타이밍 뺏는 삼진 늘며 투구수 뚝… 삼진 1위에 투구이닝-ERA 상위권 “기회 오면 메이저리그 재도전”
김광현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프로야구 SK 에이스 김광현(31)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21일 LG와의 방문경기에서 6이닝 2실점 호투로 시즌 7승(1패)째를 거둔 그는 메이저리그의 꿈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김광현에게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만한 기회가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7시즌 이상을 소화해 해외 진출 자격을 갖춘 2014시즌 뒤였다. 당시 SK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미국 진출을 허락했다. 샌디에이고가 200만 달러(약 24억 원)의 응찰액을 써 내며 그의 미국 진출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세부 조건에서 의견 합치를 보지 못했고 김광현은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어느덧 30대로 접어들었지만 최근 그의 투구만 놓고 보면 충분히 빅리그의 문을 두드릴 만하다. 수술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는 힘에 관록까지 과시하며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향상된 점은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플리터)과 커브 등 느린 공을 장착해 완급 조절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는 ‘투 피치’ 투수로 힘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했다. 이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제구가 불안한 날에는 투구 수가 늘어나곤 했다.
하지만 스플리터와 커브가 레퍼토리에 포함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21일 LG전에서도 그는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과 최저 103km의 슬로 커브를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120km대의 스플리터로 삼진도 여러 차례 빼앗았다. 이날 총 92개의 투구 가운데 22개(스플리터 14개, 커브 8개)가 느린 공이었다. 그는 “구종이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체력을 아끼면서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