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 결론에 불만 “핵심의혹 못밝히고 재수사 포기” ‘지지층 결집’ 불씨 되살리기, 수사권 반발하는 檢 견제 측면도
더불어민주당이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해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경고 섞인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수사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장장 13개월간의 검찰 재조사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고 묻고 싶다”며 “부실수사 외압을 확인했다지만 핵심적 의혹은 밝히지 않아 오히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길을 막은 것은 아닌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범죄자들이 뻔뻔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에 우리 국민은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며 “검찰은 진실을 은폐하고,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마저 스스로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장자연 사건은 가장 힘없는 국민이 권력자, 특권층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국정조사, 특검 등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인순 최고위원도 “검찰이 스스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회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앞서 검찰 과거사위는 20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해 검경의 부실수사와 조선일보의 수사 무마 외압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수사 권고를 하지 못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검찰에 장 씨 소속사 대표 김모 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권고했다. 21일 과거사위로부터 기록을 넘겨받은 검찰은 사회적으로 진상규명 요구가 높은 사건인 점 등을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을 배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김 씨의 위증 배경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진상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
김 씨는 2012년 11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조선일보가 민주당 이종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2007년 10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주재로 장 씨 등이 참석했던 식사 모임에 참석한 바 있다. 김 씨는 당시 법정에서 “장 씨 사망 이후에 방 사장이 누군지 알았다”고 증언했다. 또 2008년 10월 29일 서울 강남의 한 주점에서 TV조선 방정오 전 대표가 장 씨와 동석한 것과 관련해 “방 전 대표를 그 자리에서 우연히 봤다”고 증언했다. 과거사위는 김 씨의 이 같은 증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결론 내렸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