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 비전 선포식]바이오헬스 산업 규제 개선
A 씨를 치료하는 서울대병원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 2월 가정 내 복막 투석 환자의 상태를 매일 한 번씩 원격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무용지물이다. 위험 신호를 포착해도 의료진이 환자에게 경고하면 현행 의료법상 금지된 ‘원격의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마트워치로 심근경색 재발 감시 가능
이처럼 환자 치료의 걸림돌로 지목돼온 불합리한 의료 규제(본보 2월 21일자 A24면 참조)가 일부 올해 안에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헬스기기로 측정한 환자 상태가 위급할 경우 의료진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연내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했다.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실시간 관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급성심근경색을 앓은 환자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헬스기기로 심전도를 측정해 병원으로 보낸 뒤 재발 위험 발생 시 응급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실시간 관찰 서비스에 시범적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의료진이 전화나 스마트폰 메신저로 환자의 상태를 상세히 문진하거나 가정 내 의료기기를 직접 조작하는 건 여전히 위법이 될 수 있다. 부정맥 환자의 심장 옆에 이식해둔 삽입형 심장충격기(ICD)를 의료진이 원격으로 작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 환자 빅데이터 100만 명분 구축
IBM의 ‘왓슨 포 드러그 디스커버리’와 같은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해 신약 후보물질도 발굴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데이터 중심병원’을 지정해 현재 병원별로 축적된 대규모 임상진료 데이터를 질환 연구와 신약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에 투자할 연구개발(R&D) 비용은 지난해 2조6000억 원에서 2025년 4조 원 규모로 늘어난다.
정부는 또 국산 신약을 시장에 빨리 내놓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롤링 리뷰’를 모델로 신속 심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의약품 허가를 위한 자료가 모두 완성되지 않아도 준비된 것부터 우선 검토하는 방식이다. 대상 질환과 관계없이 혁신 신약이라면 신속 심사 대상이 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시판까지 걸리는 기간을 2년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 부실 심사 논란을 빚은 ‘인보사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유전자 치료제는 세포 동질성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 밖에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제약·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기관을 세우고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때 쓰는 세정제 등 원·부자재를 30% 이상 국산화하며 △병원 시스템을 수출할 때 수익성이 높은 줄기세포 연구실까지 패키지로 파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건희 becom@donga.com·송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