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2m 넘는 부조 공개, 이전과 달리 장식적 요소 강해져
대형 부조 ‘화가의 손’(왼쪽)과 회화 소품 ‘이름도 없는…’.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지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 부조는 가로세로 2m가 넘는다. 작가가 물감 찌꺼기를 버리던 쓰레기통을 확대한 모습이다. 캐스팅으로 형태를 제작하고 작가가 직접 채색했다. 가운데 놓인 심장과 백골이 된 팔은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암시한다. 작가는 “유사 금박을 입힌 부조와 잿빛 부조의 대조는 성공한 예술가와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의 삶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1층 입구에 전시된 푸른 배경 위 ‘화가의 손’은 심지어 24k 금박을 입혔다.
2층 전시장에는 회화 소품 ‘이름도 없는…’이 전시된다. 작가는 이들이 “이름만 없는 이들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묻혀버린 익명의 인물들”이라고 설명한다. 역사의 현장에서 희생당해 기억 속에 사라진 소시민들을 표현했다고 한다.
1970년대 말부터 선보인 그의 작품은 거침없고 도발적인 시각 언어로 주목을 받았다. 권위적인 사회에서 자아를 잃어버린 군중의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낸 ‘가족사진’ 연작, ‘49인의 명상’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 속 평범한 소시민의 개성을 생생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드러낸 ‘베드 카우치’ 연작도 있다. 이런 과거 작품과 비교했을 때 신작은 다소 장식적 측면이 강하다. 삶의 현장으로 향했을 때 폭발적 에너지로 꿈틀댔던 시선이 작업실로 향하자 얌전해진 듯한 인상이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