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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달군 ‘기생충’ 공개의 밤… 엔딩 크레디트 오르자 2000여 관객 7분간 기립박수

입력 | 2019-05-23 03:00:00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 봉준호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과 배우 송강호(오른쪽) 등이 참석해 전 세계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칸=AP 뉴시스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 2000여 명으로부터 7분간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21일 오후 10시(현지 시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극장의 불이 켜지자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박수가 이어지자 봉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우리말과 영어로 “감사합니다. 집에 갑시다(Thank you for everyone. Let‘s go home)”라고 화답했지만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칸에서 공개된 영화 ‘기생충’은 봉 감독의 7번째 장편이다. 같은 도시에서도 언덕 위 대저택에는 부유한 가족이, 꼽등이가 기어 다니는 반지하에는 가난한 가족이 산다. 봉 감독은 상반된 두 가족을 통해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빈부격차 문제를 다뤘다. 가족 구성원 모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두 가족이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부유한 박 사장네 가족과 온 가족이 백수인 기택네 가족의 공생은 어떤 모습일까.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기생충’. CJ ENM 제공

봉 감독은 지난달 칸 초청 직후 한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관객들은 100% 이해하지 못할 디테일이 포진해 있다”고 말했지만 외국 관객들에게도 그의 진의가 전달된 모양새다.

22일(현지 시간) 열린 공식 프레스 콘퍼런스에서도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봉 감독은 이 자리에서 영화에 기택네 집으로 등장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공간, ‘반지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분명히 지하인데 지상이라고 믿고 싶은, 햇빛도 비치는 순간이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더 힘들어지면 완전히 지하로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다”며 “그 뉘앙스는 서구 영화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과 17년간 영화 4편을 함께한 배우 송강호는 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감독님 별명이 ‘봉테일’이다. 정교하게 컨트롤된 상황에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설 때 느끼는 강박이 없어지고 좋은 연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 가장 빛나는 건 촬영 중 식사 시간을 잘 컨트롤한다는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 틸다 스윈턴(오른쪽)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기 위해 딸과 함께 칸의 레드카펫에 섰다. 스윈턴은 봉 감독과 ‘설국열차’ ‘옥자’를 함께 촬영했다. 칸=AP 뉴시스

상영 직후 외신은 ‘봉준호라는 새로운 장르’라 칭하며 호평을 쏟아냈다. 가디언은 별점 5개 만점에 4개 반을 부여하며 “‘기생충’은 사회적 지위, 열망, 물질주의, 가부장제 등에 대한 기이한 블랙 코미디로, 넝쿨처럼 보는 이의 안으로 깊숙이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2003년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이 만든 사회에 대한 가장 성숙한 성명”이라고 표현했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해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것을 보여준다.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봉 감독은 영화 상영에 앞서 칸에 모인 미디어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스포일러를 자제해 달라는 편지를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로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편지를 통해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당부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칸=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