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꽃 장식을 만들거나 새벽시장에서 꽃을 사와 작업할 때가 있는데 종종 옆집 가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손님과 종업원이 서로 희롱하는 그런 소리요….”
서울 강동구 성안로 ‘엔젤공방거리’에 점포를 낸 이재인 씨(왼쪽)와 박경선 씨가 각각 자신의 공방 앞에서 대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때 ‘방석집’ 거리로 불렸던 이곳을 새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강동구는 청년 창업 지원 등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 때문에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밤이면 업소 주인들이 가게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호객행위를 했다. 불그스름한 가게 불빛 너머에는 여종업원이 서있었다. 아침이면 거리 곳곳에 토사물이 널려 있었다. 주민들은 아이들 보기 민망하고 무섭다며 밤에는 이 거리를 피해 다녔다.
성안로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강동구는 성안로 일대 방석집 밀집거리를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공방거리로 바꾸기로 하고 ‘엔젤공방거리’라고 이름 붙였다. 이어 방석집이 있는 건물의 소유주를 찾아가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변종업소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 위반과 불법 성매매 등으로 강하게 단속했다.
서울 강동구 성안로 엔젤공방거리의 ‘사과나무공방’에서 엄마와 아이가 책 표지부터 속지까지 만들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강동구는 점포 보증금과 1년 임차료 절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청년 창업가를 끌어들였다. 김인숙 씨(62·여)가 5년 전 매입한 건물에도 방석집 4곳이 있었는데 현재는 1곳만 남았다. 김 씨는 “사실 임대수입은 줄긴 했는데 거리가 깨끗해지고 밝아져서 좋다”며 “술집 많은 건물보다는 청년에게 도움 되는 건물주가 더 낫지 않느냐”며 웃었다. 박 대표에게 민망한 소음을 들려주던 옆집도 지난해 11월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12호 엔젤공방 ‘잰아틀리에’로 바뀌었다.
그래도 청년들은 희망을 보고 있다. 올 들어 거리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 걸 느낀다. 이재인 잰아틀리에 대표(36·여)는 “입소문이 조금씩 나면서 공방 한 곳을 왔다가 인근 공방을 한두 곳 더 찾는, 이른바 공방투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손님이 늘면 늘수록 방석집은 자연도태할 확률이 높아진다. 청년의 꿈을 키우는 새 관광명소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