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협상안 제의… 내달초 하원 투표 관세동맹 일시 잔류-노동권 보장… 노동당 요구사항 상당 부분 반영 보수당 “브렉시트당만 좋게 해줘” 노동당 “나쁜 협상안 재포장 수준” EU “모든 건 소음에 불과” 시큰둥
메이 총리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2차 국민투표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이를 진심으로 원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원에 자신의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칠지 묻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이 안을 통과시키면 2016년 6월 1차 브렉시트 투표 이후 3년 만에 2차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로이터통신은 메이 총리의 승부수가 야당인 노동당의 지원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개 방안에는 관세 동맹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방안을 의회가 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과 환경을 EU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내용 등 노동당이 요구해 온 사안도 포함됐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주 동안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해서 노동당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지난주 최종 결렬됐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방안은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 메이 총리가 노동당에 적극적으로 구애한 셈이지만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지난주 우리와 깨진 나쁜 협상안을 재포장하는 수준”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동당은 EU와 영구적인 관세 동맹을 원하며 국민투표 방안도 브렉시트 합의안 자체를 수정할 수 있는 정도로 광범위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당과의 합의 시도를 못마땅해하던 보수당은 메이 총리가 2차 국민투표 카드까지 꺼내자 폭발하는 분위기다. 로버트 핼펀 보수당 의원은 “국민투표를 열어둔 건 총리 선출 이후 했던 모든 말을 뒤집는 것으로 2016년 국민투표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이먼 클라크 의원 등 메이 총리에게 우호적이었던 보수당 의원들마저 반대로 돌아섰다. 차기 보수당 대표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나온 오늘 발표는 오직 (극우) 브렉시트당의 기분만 좋게 해준 안”이라고 말했다.
EU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EU 관계자는 가디언에 “메이 총리에 대한 기대를 접었으며 새로운 총리의 안을 보기 전까지 모든 것은 소음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21일 기자들을 만나 “브렉시트 협상 기한이 늘어나면서 브렉시트당이 유럽 의회에 들어오게 돼 아주 골치가 아파졌다”며 “영국은 최대한 빨리 EU를 나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