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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 전우들의 ‘휴먼 드라마’ 영화로 만든다

입력 | 2019-05-24 03:00:00

내년 개봉 예정 ‘영웅들의 그림자’ 인천지역 파월 용사들 제작비 후원
참전 병사의 시각으로 내용 묘사




인천 지역 참전 병사들을 중심으로 월남전을 묘사할 영화 ‘영웅들의 그림자’ 제작을 위해 모인 사람들. 케이엠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56년간 역사 속에 묻힌 월남 파병 병사들의 영화를 만든다니 꿈같은 일이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발랐던 오렌지색 가루로 평생 고엽제라는 병마에 시달리는 전우들의 아프고 시린 마음을 보듬어주었으면 좋겠다.”(월남전 참전 병사 조성후·71)

“월남전 영화를 제작한다니 포화가 쏟아지는 현장에서 수많은 부상자를 응급조치할 때 고통에 시달리며 울부짖던 전우들이 떠올라 밤새 펑펑 울었습니다.”(미국 뉴저지 거주 월남전 참전 의무병 이명국·74)

2020년 6월 보훈의 달 개봉을 목표로 휴먼드라마 성격의 전쟁영화가 파월 전우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1964∼1975년 베트남에 파견됐던 참전용사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웅들의 그림자’(가제)가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영화 ‘미친 도시’ ‘마마 앤드 파파’ ‘잔혹한 하루’ 등을 만든 ㈜케이엠스타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다. 전투 장면을 찍기 위해 최근 캄보디아와 필리핀 정글을 답사했다. 주인공을 포함해 연기자 선정을 위한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어릴 적 친구인 감독 장태령 씨(71·한국영화프로듀서협회 이사장)와 월남전 참전용사 권묘안 씨(71·인천 부평구보훈단체협의회장)가 제작을 주도한다. 권 씨는 온몸에 붉은 반점이 돋는 고엽제 피해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등 일종의 분노조절장애 증상까지 보인다고 한다. 장 감독은 최근 1년간 전국의 월남전 참전용사를 인터뷰하고 영상으로 기록했다. 대부분 목숨을 담보로 조국 근대화에 필요했던 외화를 벌어들였다는 자부심은 크지만 국가의 대우에 대해서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장 감독은 “이들은 매월 노인수당 정도를 받는 것 말고는 별다른 복지 혜택이 없다”며 “필리핀 호주의 베트남 참전용사들은 우리보다 10배 정도 많은 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플래툰’처럼 참전병사의 시각으로 월남전을 다루려 한다”고 했다.

최근 완성한 시나리오는 80%가량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비전투요원으로 구성된 첫 파병부대인 비둘기부대와 청룡부대 맹호부대 백마부대 이야기도 나온다. “베트콩 10명을 놓쳐도 민간인 1명을 보호하라”고 엄명한 채명신 초대 주월 한국군사령관 일화도 등장한다.

일부 기성 연기자들이 무보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월남전 참전 용사를 비롯한 약 30명이 매달 제작비를 후원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