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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삼성 등 한국기업에도 ‘反화웨이’ 요청

입력 | 2019-05-24 03:00:00

외교소식통-재계 “동남아 5G 구축 韓-美 기업 힘 합치자는 뜻 전해”
英-日-대만 업체들 잇단 ‘脫화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월 이후 최소 3개월간 물밑에서 한국 정부에 중국 화웨이 제품을 도입하지 말라고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특히 삼성 등 한국 민간 기업에도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미중이 첨단기술 분야를 매개로 ‘신냉전 패권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파동에 이어 또다시 주요 2개국(G2) 사이의 샌드위치가 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화웨이 관련 요청을 본격적으로 꺼내기 시작한 분기점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월 21일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였다고 한미 외교가는 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화웨이 장비를) 자국의 핵심 정보시스템에 도입하는 나라와는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도입) 위험성을 안다면 (동맹국들이) 좋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화웨이와 거리를 둘 것을 우방국들에 공개 주문했다. 정부 당국자는 “(당시 폼페이오 장관의) 주 타깃은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었지만 그 이후로 (한국 정부에도 비슷한 말을) 해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현지 시간) “중국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실질적인 위험을 야기하며, 더 많은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관계를 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대표부는 23일 태국 방콕에서 주아세안 미국 대표부와 공동 주관으로 대아세안 5세대(5G) 이동통신 역량 강화 워크숍을 열었다. 미국이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 확산을 막기 위해 동남아 국가에 삼성전자 등 한국산 장비 수출 협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와 외교 당국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삼성 등 한국 기업에 ‘동남아를 비롯해 새로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한미 양국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은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 23일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22일 장시(江西)성 시찰에서 “국내외 정세의 각종 불리한 요소가 장기적이고 복잡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자주적인 지식재산권과 핵심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영국 일본 대만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 제품 배제’에 동참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화웨이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BBC가 22일 보도했다. 일본 전자제품 제조사 파나소닉도 23일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