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이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야당 국회의원에게 유출한 것으로 청와대와 외교부 감찰 결과 드러났다. 그 참사관은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방문과 관련해 논의한 통화 내용을 다음 날 대사관에서 열람한 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국가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기밀에 해당한다.
그동안 외교부가 도마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통령 방문국의 국명 오기(誤記)부터 회담장에 걸린 구겨진 태극기, 일부 대사의 폭언·갑질 등 온갖 실책과 사고가 잇달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에 비할 바 아닌 중대한 외교 참사다. 재외공관 중 가장 핵심인 주미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이 야당 정치인에게 외교 기밀을 유출한 것은 외교관 한 명의 일탈로 볼 수 없는, 우리 외교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다.
외교관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직업윤리와 책임성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선 인사상 징계는 물론이고 사법적 책임도 엄중하게 가려야 한다. 그런 참사를 낳은 외교부의 기강 해이와 관리체계, 나아가 강경화 장관 체제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책임 있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야당 의원이 외교기밀을 무책임하게 공개한 행위도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숨기기에 급급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지만, 한건주의 폭로로 국익을 훼손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