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 분석
김 씨의 한 달 매출은 1000만 원 정도지만 활어 등 식자재 비용과 월세,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빼고 손에 쥐는 순수익은 150만 원 남짓이다. 이마저도 올해 2월 직원을 해고하고 아내와 일하면서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까지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
김 씨는 “식당 자영업을 하는 2명 중 1명은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돈을 못 버니 좋은 상권으로 못 가고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장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살림살이가 점점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3일 내놓은 1분기(1∼3월) 가계동향에서 최저소득층인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이 5개 분기 연속 감소했고, 그중에서도 근로소득은 역대 최대 규모로 줄었다. 다만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3% 늘어난 게 눈길을 끈다. 통계청은 가계 사정이 개선됐기 때문이 아니라 하위 20∼40%(2분위)에 속해 있던 자영업자들이 최저소득층으로 추락하면서 나타난 착시현상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올 1분위 가구 중 자영업자를 포함한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은 72.9%로 지난해 1분기보다 0.7%포인트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2분위 근로자 외 가구 비중은 0.9%포인트 줄었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식당, 동네슈퍼, 소규모 미용실 등 영세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소득 하락을 떠받치고 있지만 일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 가구가 1분위로 하락하는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사업소득이 감소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 업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소득도 꾸준히 줄고 있다. 전체 사업소득은 지난해 4분기 3.4%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4% 떨어졌다.
○ 양극화 여전한데 분배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외하면 사실상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실질 근로소득 상승률은 0%로 지난해와 같았으며 사업소득은 1.9% 줄었다. 전체 소득 상승률도 0.8%로 떨어진다. 2017년 3분기(―0.2%) 이후 6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득 상위 20%가 쓸 수 있는 돈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5.80으로 지난해 1분기(5.95)보다 소폭 완화됐지만 이 역시 양극화가 개선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2017년 노사 합의가 지연되며 주요 기업이 지난해 1분기에 상여금을 지급해 올해 1분기 상위 20%의 근로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향 평균화로 양극화가 줄어드는 ‘불황형 분배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정부 지원을 뺀 시장소득 격차는 9.9배로 2010년 통계가 만들어진 뒤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소득 분배와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득 하위 계층의 소득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되는 등 분배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여전해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소득 감소 폭이 줄고 2분위 소득이 늘어난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