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세종=뉴시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제는 정부가 책임지고 비준과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23일 한 노동계 인사는 “국회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완벽한 출구전략”이라고 촌평했다. 이 인사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렇다.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노동계는 대통령 권한으로 협약부터 비준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정부는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면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밝혀왔다. ‘선입법, 후비준’ 구상이다.
약속을 지키라는 노동계의 압박에 코너로 몰린 정부는 결국 비준과 법 개정 ‘동시 추진’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방침대로 법부터 바꾸자니 노동계 반발이 거세질 게 뻔하고, 국회 동의 없이 비준부터 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경영계 반발이 우려돼 정부 나름의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마침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지난달 15일 경영계가 요구한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등을 받아들이지 않고, 노조 권리만 대폭 확대하는 비준 권고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23일 “권고안을 토대로 비준동의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결국 정부로서는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노동계에 ‘성의’를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관련법 개정을 동시에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경영계의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하지만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비준동의안과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절충안이 아니라 국회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의 출구전략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정부로서는 명분만큼은 확실히 챙기는 ‘묘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이제부터라도 노사를 끝까지 설득해 ‘합의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출구전략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공정한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정공법이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