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나민애 지음·김수진 그림/216쪽·1만2000원·밥북
‘풀꽃’의 시인 나태주의 딸로 자란 저자는 시에 대한 원망과 궁금증을 품고 살았다고 한다. 시가 안 된다며 자주 우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결국 시를 이해하기 위해 국문과에 진학하고, 현대시를 연구한 뒤 문학평론가가 됐다. 피에 흐르는 시적 유전자를 거부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런 그가 발굴한 시와 이에 관한 대중적 해설을 한 쪽씩 엮은 책이다.
익히 알려진 시인의 작품도 있지만 숨겨진 감동을 주는 시가 중심이 된다. 김영랑의 ‘내 마음을 아실 이’부터 김종삼 ‘묵화’, 송영택 ‘소녀상’, 박용래 ‘저녁눈’ 등이 각 부의 첫 장을 장식한다.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된 시와, 그 시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담아 오늘을 살아가며 좌표를 잃고 지친 현대인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시는 나를 울어주고 정성껏 슬퍼해’주기 때문에, ‘당신의 마지막 친구로 시를 선물하고 싶다’고 머리말에서 저자는 설명한다. 시와 해설을 한 폭의 이미지로 담은 김수진 작가의 삽화도 책 사이사이 삽입됐다.
저자는 시를 찾는 일이 마음을 보는 일이라고 한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그것이 어렵지만, 시에는 우리의 존재와 흔적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찾아 따뜻하게 안아 주고, 일상을 희망으로 담는 것이 저자가 설명하는 책을 펴낸 이유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