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를 캐는 사람들/김상운 지음/364쪽·1만9500원·글항아리
이 책은 집요하면서도 역동적인 문화재 발굴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동아일보 기자인 저자는 문화재 담당으로 활동할 당시 취재한 경험을 살려 국내외 주요 유적지 20곳에서 활약한 고고학자 24명의 이야기를 되살려냈다.
박물관 속 빛나는 유물들은 원래부터 아름답다고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흙 속의 진주 찾기처럼 한 땀 한 땀 흘려내는 고고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세공돼야만 그 진가가 드러날 수 있다고 책은 강조한다. 2009년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석탑의 보수정비 과정에서 1370년 만에 발견된 황금빛의 사리장엄구를 보자. 당시 연구진은 지름 1mm의 미세한 금 구슬을 핀셋 대신 양면 접착테이프를 붙인 막대기로 건져 올렸고, 섬유류는 대나무 칼로 조심스럽게 떼어내는 등 꼬박 이틀 밤낮을 지새운 끝에 유물을 수습할 수 있었다.
빛나는 업적뿐 아니라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아쉬운 결과를 낳은 발굴 현장도 균형 있게 소개한다. 또 통설과 대립되는 학설도 함께 다뤄 읽는 깊이를 더한다. 영화 인디아나존스의 무대를 한반도로 옮겨 놓은 듯한 흥미로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