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 수준보다 줄이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북한의 재래식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아래로 감축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또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북한 핵무기 개발에 따른 한반도 핵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전술핵의 대안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이처럼 북핵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을 금지한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비핵화 협상이 파탄 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발효된 국방수권법이 2만2000명 이하로 못 줄이게 한 것보다 6500명 늘려 현 주한미군 규모에서 아예 한 명도 줄일 수 없도록 했다. 한반도 전술핵의 대안으로 해상 순항미사일을 거론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술핵 배치는 어렵지만 비핵화 협상 파국 이후 북한의 핵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확장 억지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미국의 동향은 2·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향배를 매우 어둡게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의 협상 복귀를 재촉하지만 북한은 잇단 도발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미국의 선박 압수 조치에 반발하며 우리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와의 접촉마저 끊고 사실상 자폐(自閉) 상태에 들어갔다. 이러니 미국으로선 북핵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실패 이후를 대비하며 군사적 대응 태세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