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이 와중에 온난화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 빙하가 녹아 북극 개발이 용이해지면서 북극 인접 국가들이 자원 개발에 눈독을 들인다. 북극에는 세계 석유매장량의 13% 수준인 900억에서 1600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다고 한다. 화석연료의 무절제한 사용으로 온난화가 초래됐고 이 때문에 빙하가 녹아내렸다. 빙하가 줄어들면서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소위 알베도 효과가 떨어져 온난화가 가속되는 마당에 또다시 북극에서 화석연료를 채굴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은 뭔가 불길한 악순환의 늪에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한국도 온난화의 덕을 좀 볼 모양새다.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에 새로운 뱃길이 생겼다. 화물선이 부산에서 유럽까지 가려면 수에즈 운하를 거쳐 2만100km를 운항해야 하는데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이보다 7400km나 줄어들어 34일 걸리던 시간을 열흘 이상 앞당길 수 있다. 물류비용이 낮아져 물동량이 늘고 북극 항로 운항을 위한 선박 건조 수요로 우리나라 조선업에 또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산항이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아시아 물류의 중심지로서 혜택을 톡톡히 보게 될 것이다.
북극 해빙으로 덕을 보는 수혜자와, 터전이 수몰될 피해자 사이에 아직 어떠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혜자 잘못이 아니므로 피해자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지구촌 공동체를 함께 살아가는 인류의 자세가 아니다. 비가 온다고 우산 장수가 짚신 장수를 굳이 걱정할 필요가 있겠나마는 그들이 형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 장수가 짚신 장수를 도와야 하고 맑은 날에는 짚신 장수가 우산 장수를 돕는 것이 형제의 도리일진대 그들의 어머니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던 모양이다. 형제애를 제대로 가르쳤다면 어머니는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우애를 나누는 아들들로 인해 항상 흐뭇하였을 것이지만 그러지 못해 걱정 속에 살아가는 것은 어미의 업보다. 온난화로 혜택을 얻게 된다면 피해자와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국제기구인 GCF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끄러운 짐이 될 것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