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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 Up 스트레스 Out’ 속초에서 맛보는 DIY 힐링

입력 | 2019-05-25 03:00:00

여행|속초|




2층 구조의 속초 문우당서림은 독특한 인테리어로 보는 재미를 준다. 사진은 책 구절을 표지에 내세워 꾸민 시그니처 공간.

강원도 속초라는 말에 ‘바다’, ‘아바이마을’, ‘설악산’ 등만 연상한다면 요즘 말로 ‘아재’다. 젊은층에게 속초는 개인의 취향대로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드는) 여행’을 꾸릴 수 있는 핫 플레이스이다. 기자는 ‘디톡스’를 키워드로 속초를 조합해봤다. 온천과 독립서점, 면식수행 등을 ‘To Do 리스트’에 올리자 육신과 영혼은 힐링이 됐고, 배는 이로운 기운으로 채워졌다.

척산온천 - 노폐물 OUT

척산온천휴양촌 별관 옆에 마련된 전망대인 휴향정 창으로 내다본 풍경. 멀리 설악산이 보인다.

“윗집 아랫집, 어디로 갈까요?”

목적지를 밝히자 택시 운전사가 되묻는다. 관광로 일대 척산온천은 두 곳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척산온천휴양촌(윗집)과 다소 아담한 척산온천장(아랫집)이다. 윗집에 도착하니 환한 초록빛 앞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수령 300년 된 소나무 3000여 그루로 꾸민 산책로다.

건물은 본관과 찜질동으로 나뉜다. 본관에는 사우나와 객실이, 별관에는 찜질방과 불한증막 등이 있다. 건물 사이에는 야외 수영장과 족욕탕 등이 자리 잡았는데 보수공사로 6월경 문을 연다.

왼쪽부터 1970년대 척산온천의 모습과 푸른빛을 머금은 노천탕 온수.

찜질 및 사우나 비용은 대인 기준 1만4000원. 찜질복으로 갈아입은 뒤 걸어서 2분 거리인 별관으로 향한다. 이곳의 자랑은 전망대 격인 휴향정(休香亭). 3층 높이의 팔각정으로, 어느 창으로 바라봐도 빼어난 설악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건물 곳곳에는 척산온천의 역사를 담은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오래전부터 약수로 이름이 높았다거나 한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아 동물들의 보금자리였다는 이야기 등이 펼쳐졌다. 이곳에서 온천수를 본격적으로 추출한 건 1960년대. 33m² 남짓한 공간으로 시작해 1985년 지금의 휴양촌이 들어섰다.

널찍한 사우나를 가로질러 본관 2층 노천탕으로 향한다. 몸을 담그자 피부에서 물이 미끄러지고 새소리가 귓등을 때린다. 푸른빛이 감도는 빛깔이 독특하다. 칼슘, 유황, 칼륨, 라돈이 풍부해 온천수 중에서도 양질로 평가받는다. 수온은 50∼53도.

유아를 동반한 가족은 가족실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온천과 물놀이를 함께 즐기려면 인근의 한화리조트 설악워터피아가 좋다.

지역서점-마음건강 UP

1956년 문을 연 동아서점(위 사진)은 3대째 속초를 지키고 있다. 소호거리에 자리한 ‘완벽한 날들’(아래 사진)에서는 책, 숙박, 커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독립서점이 유행한 지는 꽤 됐지만 속초에선 유독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먼 길을 달려 서점만 들렀다 오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그 중심에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 그리고 ‘책+숙박’ 공간인 ‘완벽한 날들’이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은 ‘소호거리’라 불린다. 가성비가 좋고 감각적인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다. 예스러운 여관과 미래적인 디자인의 게스트하우스 사이로 ‘완벽한 날들’의 간판이 보인다. 서점과 숙박 시설을 동시에 품은 북스테이로, 묵향을 맡으며 쉬어가기 좋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동아서점은 전국구 서점이다. 주인장의 취향과 속초의 지역색을 살린 큐레이션이 매력 포인트. 여행, 드로잉, 목공예 등 책에 관심 없는 여행객이라도 홀릴 만한 주제별 분류가 돋보인다.

문우당서림도 3세가 운영에 참여하면서 변신에 성공했다. 각 책의 내용을 종이에 새겨 전시해둔 책장이 시그니처 공간.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앉을 공간이 충분해 ‘독휴(독서 휴식)’ 공간으로 인기다.

면식수행-포만감 행복감 UP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는 전국의 주전부리를 모두 맛볼 수 있다. 황태고기찐빵(왼쪽)과 문어빵.

속초 먹방의 성지는 속초관광수산시장. 전국구 주전부리가 빼곡해 현기증이 일 정도로 반갑다. 그중에서도 한 끼 식사로 속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면. 칼국수, 콩국수, 냉면 가게가 즐비해 ‘면식수행’(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행위) 의지를 부른다.

일단 칼국수. 시장 초입 뻥튀기집의 추천으로 도문집을 찾았다. 시간 건너편에 자리한 40년 역사의 노포다. 나이 지긋한 사장님을 기대했는데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은 중년 부부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낙점받은 메뉴는 칼국수. 갓 반죽한 면, 감자를 으깨 넣은 멸치육수, 굵은 고춧가루가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고 어울려 당찬 맛을 냈다.

다음은 콩국수. 지역 주민의 소개로 미성식당을 골랐다. 고깃집이지만 별미 메뉴인 콩국수로 더 유명하다. “콩 국물에 땅콩가루 살짝 황금비율로 섞어 진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을 잡았어요. 김치는 꼴뚜기로 간을 내 독특할 겁니다”라는 젊은 사장의 설명대로 콩국수도 김치도 풍미가 인상적이다. 고추장과 된장으로 맛을 낸 강원도 향토음식 장칼국수에 도전해도 좋다.


여행 정보

추천 코스: 속초시외터미널 뒤편 게스트하우스촌∼완벽한 나날∼속초관광수산시장∼동아서점∼문우당∼외웅치항∼척산온천(5, 6시간 소요)

맛집 도문집: 칼국수, 냉칼국수 6000원. 수복로 199 미성식당: 콩국수 5000원. 중앙로 54번길 12 정든식당: 장칼국수, 흰칼국수 7000원. 번영로 105번길 39 속초황태찐빵만두: 황태고기찐빵 2500원, 황태팥찐빵 2000원. 중앙로 129번길 46

감성+ 책: ‘속초에서의 겨울’(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속초는 오로지 기다리기만 했다. 관광객들, 배들, 남자들, 그리고 봄의 귀환을.’ 프랑스 작가가 속초를 소재로 쓴 소설.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인 아바이마을에서 주인공처럼 갯배 체험을 해보자.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외웅치항과 서점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중장년층: 몸과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마법의 온천. △어린이가 있는 가족: 면식수행, 관광수산시장 주전부리, 척산온천 가족온천탕.

속초=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