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이라크 등 ‘흑색경보지’ 방문 땐 처벌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붐비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동아일보DB
최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프랑스군에 구출된 한국인 40대 여성 장모 씨가 여행경보 발령 지역을 여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행경보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 오지(奧地)를 찾으려는 여행객들은 외교부가 수시로 발표하는 여행경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행 계획을 수정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자칫 납치나 각종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데다 경우에 따라서는 귀국 후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여행경보는 4단계로 나눠
1단계인 ‘남색경보’가 내려진 곳은 신변안전 유의, 2단계인 ‘황색경보’가 발령된 곳은 여행의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는 등의 여행자제가 각각 권고된다. 3단계인 ‘적색경보’가 내려진 곳은 긴급한 용무가 아닌 경우 철수해야 한다. 또 여행은 가급적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 ‘황색경보’가 발령됐던 부르키나파소는 한국인 피랍 사태 후인 이달 13일 ‘적색경보’ 지역으로 단계가 조정됐다. 4단계인 ‘흑색경보’가 내려진 곳은 즉각적인 대피와 철수, 여행금지가 요구된다.
여행경보 국가로 지정되지 않은 나라라 하더라도 해당국의 치안이 급속도로 불안정해지거나 전염병 창궐, 재난 발생 등의 경우 ‘특별여행주의보’나 ‘특별여행경보’가 발령된다.
○ 흑색경보가 내려진 곳은 방문 자체가 불법
4단계는 다르다. 법으로 방문이 금지돼 있다. 만약 4단계 지역을 방문한 후 귀국하면 여권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흑색경보가 내려진 곳은 리비아,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시리아, 필리핀 일부 지역(민다나오, 술루 군도 등)이다.
하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법적 조치를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4단계 경보가 내려진 리비아에 아직도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4명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 조치가 내려졌다. 반면 최근 315일의 피랍 생활 끝에 풀려난 주모 씨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시는 리비아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 등을 고려해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여행경보 지역으로 가면 보험도 가입 못해
적색경보, 흑색경보, 특별여행주의보, 특별여행경보가 내려진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해외 여행자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보험사들은 약관으로 이 지역들을 방문하는 경우에 가입이 거절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당연히 보상도 기대할 수 없다.
○ 인질이 됐다면…
외교부는 최근 해외에서 과격 단체들의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질·납치’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을 홈페이지(www.0404.go.kr/country/manual.jsp)에 올렸다. 매뉴얼에 따르면 납치돼 인질이 됐다면 자제력을 잃지 말고 납치범과 대화를 지속해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게 좋다. 눈이 가려지면 주변의 소리와 냄새, 범인의 억양, 이동 시 도로 상태 등 특징을 기억하고 납치범을 자극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또 납치범이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음성 녹음을 원할 경우 응해야 한다. 버스나 비행기 탑승 중 인질이 된 경우 순순히 납치범의 지시에 따르고 섣불리 범인과 대적하려 들지 말라고 외교부는 조언했다. 납치범과 대적할 경우 자신의 생명은 물론 다른 인질들의 생명도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영사콜센터를 잘 활용해야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영사콜센터(국내 02-3210-0404, 해외 +822-3210-0404)로 전화하면 된다. 콜센터는 여권, 해외 이주, 영사 확인 등 각종 영사 민원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에서 사건·사고나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6개 국어로 통역 서비스도 해준다. 현지 경찰 신고 방법 안내와 여권 재발급, 현지 의료기관 소개, 현지 사법·변호사 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도 한다. 다만 현지 의료비, 변호사비 지불, 항공권·숙소 예약 대행, 범죄 수사 및 범인 체포 등 사법권 행사 등과 관련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송진흡 jinhub@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