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들을 만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 뉴스1
봉준호 감독은 25일 오후 10시(현지시각, 한국시각 26일 오전 5시)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부 프레스 카페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솔직히 정신이 수습과 정리가 안 된다. 가서 조용히 술 한잔 해야 정리가 될 것 같다”면서 “초현실적으로 머리가 멍한 상태다. 판타지 영화 비슷한 느낌이다. 평소 사실적인 영화를 찍어왔는데 지금 만들면 판타지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현지 취재 중인 한국 취재진에게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에 봉 감독은 “이런 현상은 축구나 월드컵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쑥스럽다. 너무 기쁘다”면서 “기쁨의 순간을 지난 17년간 같이 걸어온 송강호 선배와 함께 해 기쁘고, 한국 기자들이 취재보다 응원해주신 느낌으로 같이 상을 받는 느낌이라 감사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수상을 기대했는지 묻는 질문에 “차례로 발표하니까 허들을 넘는 느낌인데, 계속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없어지면서 우리만 남은 건가 했을 때 강호 선배와 서로 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위대한 감독과 위대한 작품이 즐비한데, 이름이 안 불리면 안 불릴수록 기분이 점점 좋아지더라. 너무 긴장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처음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측으로부터 칸을 떠나지 말고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보통 칸영화제에서는 수상 유력 작품들에 폐막식 오전에 전화를 거는 관례가 있다. 이는 수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진다.
봉 감독은 당시의 기분에 대해 “그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국에서 돌팔매를 맞지는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송강호 역시 “낮 12시 41분에 연락이 왔다. 보통 12시와 1시 사이 연락을 준다고 많이 들어서 그 40분이 피를 말리더라.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송강호도 “저 역시 마찬가지다. 나도 고생했던 스태프와 배우들, 후배 배우들들의 얼굴이 정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시상식에서 못 다한 수상 소감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봉준호 감독은 “내가 말하면 통역이 바로 말한다. 통역사 분이 통역을 할 때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짚어가면서 소감을 말해 빠짐없이 다 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경쟁 부문 진출 2번째에 칸영화제 본상 수상에 성공했다. 2017년 ‘옥자’로 처음 경쟁 부문에 진출한 그는 2년만에 ‘기생충’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상영회 이후에는 외신의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스크린 데일리와 르 필름 프랑세즈, 아이온시네마 등 경쟁작들에 평점을 주는 외신은 ‘기생충’에 잇따라 최고점과 그에 버금가는 높은 점수를 줬다. 스크린 데일리는 3.4점, 르 필름 프랑세즈는 7개 매체가 황금종려가지를 줬으며 아이온시네마 역시 평점 4.1점을 줬다.
한편 이날 심사위원대상은 ‘아틀란티스’(마티 디옵 감독)에 돌아갔다. 이어 레 미제라블‘(라지 리 감독)과 ’바쿠라우‘(클레버 멘돈사 필로,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가 심사위원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영 아메드‘의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또 프랑스 여성 감독인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리틀 조‘(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에밀리 비샴이 여우주연상을,’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주축으로 미국 배우 엘르 패닝과 부르키나파소 감독 겸 배우 마우모나 느다예, 미국의 감독 겸 각본가 켈리 라이차트, 이탈리아 앨리스 로르와허 감독, 프랑스 그래픽 노블 작가 겸 감독 엔키 빌라이, 프랑스의 감독 겸 각본가 로빈 캄필로, 그리스의 감독 겸 제작자 요르고스 란티모스, 폴란드 감독 겸 각본가 파웰 파월코우스키 등 9명이 활동했다.
(칸(프랑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