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현대를 넘나든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 뉴스1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의 흔적은 멀리서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 뉴스1
노란조끼 시위대의 습격을 막기 위해 널빤지로 외벽을 덮은 상점의 모습 © 뉴스1
노란조끼 시위대의 격렬한 시위로 인해 한 상점의 통유리는 심하게 금이 가 있다. © 뉴스1
밸리브 정류장 © 뉴스1
공유 킥보드를 타는 시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뉴스1
샹젤리제 거리에 문을 연 파이브 가이즈의 점심시간 풍경 © 뉴스1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타일 모자이크’ 작품 © 뉴스1
파리는 고대와 중세, 근대, 현대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한 편의 영화와 같은 도시다.
파리는 고전적인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법적으로 7층 이상 높이의 건물은 짓지 못하게 하는 등 개발하는 데 제한이 있다.
또 개선문, 루브르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 발길 가는 곳마다 다 문화유산이다. 도로의 모든 차가 사라지고, 마차가 달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옛 모습 그대로다.
10년도 아닌 7년 전에 보았던 파리를 비교한다면 확연히 달랐다.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노트르담 대성당
지난달, 85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지붕과 첨탑이 무너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성모마리아 대성당’이라는 뜻을 지닌 파리의 심장과도 같은 유산이다.
연간 노트르담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만 1200만 명.
이처럼 사랑받던 대성당을 화마가 집어삼키는 모습을 속절없이 바라보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낼수 밖에 없었다.
불이 나고 한 달 지나서 만난 노트르담 대성당은 반쪽짜리 모습이지만, 여전히 건재했다. 물론 대성당 주변 광장과 뒤편 공원까지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라도 보려고 팔을 길게 뻗어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진풍경을 이뤘다. 주변 상권들은 화재 발생 이전처럼 활발했다.
단지 아쉬웠던 점은‘뽀앙 제로’(point zero)를 밟지 못했다는 것이다. 뽀앙 제로는 파리와 다른 도시 간의 거리를 측정할 때 기준점이 되는 곳으로 이 지점을 밟으면 파리로 다시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매주 이어지는 노란조끼 시위
낭만이 흘러 넘쳤던 파리 거리를 걷다 보면, 뭔가 싸한 기분이 든다. 몇몇 상점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다. 어느 상점은 유리창은 마치 총탄을 맞은 듯, 처참하게 금이 가 있고, 다른 상점은 널빤지들로 외벽을 뒤덮었다.
지난해 말만 해도 폭력 시위가 난무해 파리 전체의 치안이 불안정했다면 올해는 시위 지역만 가지 않는다면 관광하는 데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시위의 규모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매주 토요일 무조건 닫는 지하철역들이 있다. 폐쇄 여부는 현지인조차 당일이 되기 전엔 알 수 없다.
우선 토요일은 웬만해선 샹제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개선문, 그랑팔레, 프티팔레, 알렉상드르 3세다리 쪽은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이밖에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샤요궁’과 쇼핑과 트렌드의 상징 마레지구, 노트르담 주변 센강은 언제나 그렇듯 평온하다.
◇전동킥보드가 교통수단이 된지 오래 전
요즘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전동 킥보드는 이미 파리에선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차도를 점령할 정도다. 도로 곳곳에선 공유 자전거인 벨리브 정류장도 쉽게 볼 수 있다.
파리에서 18년째 현지 거주 중인 교민에 따르면 한국처럼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가 있진 않지만, 해가 갈수록 공기가 탁해지고 있다.
파리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도로를 달리는 차 앞 유리엔 하나 같이 숫자가 적힌 여러 색깔의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 있어 있는데, 2016년부터 파리에서 시행 중인 ‘친환경 등급제’(Crit‘Air) 때문이다.
등급제는 차량의 제조 시기와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0~5등급으로 나눈다. 5등급으로 분류되면 시내에서 운행이 금지되며, 올해 7월부턴 4등급까지 그 범위를 넓힌다.
그럼에도 파리의 교통 체증은 여전히 악명이 높다. 이에 파리시에선 영국처럼 시민들에게 시내 혼잡통행료를 부과할까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샹젤리제 맛집은 미국 햄버거 가게? 트렌드를 수용하는 파리
프랑스는 이탈리아 못지않게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다. 오후 내내 길거리 노천카페들의 자리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커피의 나라라는 자부심 때문에 미국식 커피숍의 진입을 탐탁지 않은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스타벅스의 진출은 영국보다도 6년이 늦은 2004년에 이뤄졌다.
맥도날드, KFC와 같은 패스트푸드의 진출도 생각보다 늦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세계적인 미식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사를 하나의 축제이자, 예술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도시 직장인 사이에서 점심을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려는 풍조가 확산돼 이제 어느 곳에서도 패스트푸드 전문점을 볼 수 있다. 샹젤리제 거리의 점심 시간 풍경만 보더라도 유일하게 많은 사람이 줄 서있던 곳이 미국의 햄버거 전문점인 ‘파이브 가이즈’(five guys)였다.
파리의 고풍스러움은 오래된 역사를 품은 건물들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건물들을 유심히 보면 이상한 스티커인지, 그림인지 고풍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가 붙어 있다.
이는 ‘벽과 거리의 공간 침략자’라고 불리는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의 소행(?)이다.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픽셀 아트로 유명한 프랑스의 예술가다. 픽셀(pixel)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점이다.
이 예술가는 작업실에서 미리 캐릭터를 ‘타일 모자이크’로 제작한 후 인적이 드문 밤, 몰래 건물 외벽이나 설치작품 등에 그 캐릭터를 붙이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의 작품 활동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으로 퍼지고 있다.
거리를 걸으며, 인베이더의 타일 모자이크를 찾아보자. 보물찾기를 하듯, 재미가 꽤 쏠쏠하다.
Δ파리 새소식, 에어프랑스 하반기 증편
에어프랑스는 지난 1일부터 10월26일까지 ‘인천~파리’ 노선 증편에 나섰다. 매일 2회 운항하는 인천과 파리 출발편에 주 3회(월, 목, 토)를 추가, 매주 17회 운항한다.
인천 출발편은 오전 9시5분, 오후 1시20분과 2시35분에 있고, 파리 출발편은 오후 1시10분, 6시45분, 9시로 구성돼 있다.
(파리=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