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은 가난한 집과 부잣집 사이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라는 큰 얼개와 관련 설정 외에는 어떤 내용도 알려져 있지 않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은 현지 첫 공개 조건을 달아 작품을 초청한다. 봉준호 감독은 국내외 취재진에 스포일러가 될 만한 이야기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제작 당시에도 구체적인 스토리가 노출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왔다. 봉 감독과 송강호 등 출연진이 칸에서 내놓은 언급이 그 내용을 유추할 만한 단서가 되고 있다.
● “90%가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중 60%가 2층 구조의 부잣집에서 일어난다.”
영화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 젊은 사업가의 집에 고액과외 교사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은 “계단이 자주 등장한다”면서 빈부와 계급의 문제를 계단에 비유했음을 시사했다.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한국의 주택구조에서 흔한 반지하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적 스토리의 색채를 강조한듯 보인다.
● “계층 이슈인 듯하지만 인간 자존감 붕괴의 이야기다.”
송강호의 말. 빈부격차와 양극화라는 커다란 화두 안에서 없는 자, 갖지 못한 자 혹은 있는 자, 가진 자들 모두 사회적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봉 감독도 “가난한 가족도 적당히 뻔뻔하고, 부잣집 가족도 누구를 해코지하는 ‘악의 왕국’ 사람들이 아니다”며 “특별한 악당이나 악인이 없음에도 그 정도(결말) 상황으로 치닫는 것에서 (관객이)받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