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S10 카메라 개발 뒷얘기
삼성전자의 차경훈 프로, 이서영 연구원, 최종윤 연구원(왼쪽부터)이 자신들이 기획하고 개발한 갤럭시S10 시리즈의 카메라로 셀카를 촬영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sneakers(스니커즈·운동화)’를 검색하면 3100만 장의 사진이 뜬다. 요즘 10, 20대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 중 하나다. 무려 3억3900만 장 넘게 올라온 ‘#food(음식)’ 중에서는 와인잔이나 커피 머그잔 등 ‘음료’ 사진이 2770만 장에 이른다.
삼성전자 비주얼개발팀은 ‘갤럭시S10’ 시리즈의 출시에 앞서 SNS 속 사진을 분석해 ‘밀레니얼’과 ‘Z세대’가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촬영하는 피사체를 △신발 △고양이 △석양 △아기 △옷(clothing) 등 30가지로 분류했다.
갤럭시S10 사용자가 이 카테고리를 카메라 렌즈로 인식시키면 사람의 뇌 신경망을 모방해서 만든 전용 프로세서인 ‘뉴럴 프로세싱 유닛(NPU)’이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인식해 최적의 채도와 색감으로 촬영해준다. 피사체 고유의 감성을 인공지능(AI)이 최적화해주는 것.
갤럭시S10 카메라팀은 철저하게 사용자 니즈에 맞춰 카메라를 개발했다. 삼성전자 내부 조사에 따르면 매년 카메라는 디자인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핵심 요소 1, 2위를 다투기 때문이다. SNS와 유튜브 개인방송이 대중화되면서 고가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나 액션캠 수준의 성능을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기대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차경훈 상품전략팀 프로는 “단순히 화소 수를 늘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 기능을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단지 스펙 자랑을 위한 기술이 아닌 실제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능들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갤럭시S10 후면에 탑재된 ‘초광각’ 카메라 역시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여행사진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물이다. 차 프로는 “일반인이 올린 여행사진을 보면 실제 눈으로 보는 만큼 카메라가 전부 담아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며 “일반 광각 카메라(77도)보다 4.3배 넓게 찍을 수 있는 123도의 초광각 카메라를 이용하면 파노라마 사진도 훨씬 간편히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10 5G’에만 탑재된 3차원(3D) 심도 카메라 역시 동영상 촬영을 즐기는 Z세대를 공략한 제품이다. 3D 심도 카메라는 적외선 레이저 광원을 피사체를 향해 쏜 뒤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재 이를 거리로 환산해낸다.
마치 사람이 양쪽 눈을 통해 입체감을 인식하듯 앞과 뒤를 구분해낼 수 있다. 이 깊이감을 활용해 ‘라이브 포커스 동영상’을 찍으면 실시간으로 배경과 인물을 구분해 마치 전문 촬영장비로 찍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깊이감 있는 영상물을 만들 수 있다.
최종윤 연구원은 “카메라가 색만이 아닌 깊이까지 측정하게 된 갤럭시S10 5G를 시작으로 동영상 외에 스틸 사진 분야로도 심도 카메라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