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무조건 EU 떠날 것” 유력후보 존슨-라브 일제히 밝혀… 다른 후보들도 강경입장 고수 메르켈 “EU 입장 바뀌지 않을 것”… EU정상들도 시한연장에 선그어
영국 차기 총리 유력 후보들이 관세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노딜(No Deal)’의 상황을 감수하고 10월 말 유럽연합(EU)에서 반드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EU 정상들도 브렉시트 기한 연장에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누가 차기 영국 총리에 선출돼도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25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은 전날 스위스경제포럼(SEF) 연설에서 “합의하든 안 하든 우리는 10월 31일 EU를 떠날 것”이라며 “좋은 합의를 얻기 위해서는 노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타임스 등 언론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존슨 전 장관은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과 함께 차기 총리 지지율 1, 2위에 오르고 있다. 라브 전 장관도 25일 더메일 인터뷰에서 “지금 영국은 EU에 의해 굴욕을 당하며 진흙탕에 빠져 있다”며 “늦어도 10월 31일에는 EU를 무조건 떠날 것”이라며 ‘노딜’ 가능성을 시사했다.
총리로 유력한 두 후보는 지난달 하원 의향 투표 당시 ‘노딜로 EU를 떠나야 한다’에 찬성했고, ‘EU와 관세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에는 반대했다.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 등 다른 빅5 후보들도 강경한 브렉시트 찬성론자다. BBC 등에 따르면 의회 다수당인 보수당은 7월 말까지 차기 총리를 맡을 당 대표를 선출한다.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면서 정치권이 내홍에 빠졌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언론 분석도 나왔다. 가디언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브렉시트당이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집권 보수당의 강경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 힘을 얻었다”며 “노딜 브렉시트를 막았던 보수당 의원들이 다시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 참가는 정치권을 극단적으로 분열시켰다. 브렉시트 협상안 통과가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EU 집행부는 브렉시트 시한인 10월 31일 임기를 마친다. EU 새 지도부는 유럽의 통합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EU를 떠날 영국과는 정치적으로 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성향이 강한 존슨 전 장관이 차기 총리에 오르면 국내 여론에 따라 노딜 브렉시트를 막는 합의안을 들고 EU와 전격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