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실적 좋으면 규제타깃 될까 고심 성공의 길이 ‘그들만의 성공’인지 불안
고기정 경제부장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2조 원가량이다.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매장 수도 1300개를 넘어섰다. 다이소의 성장은 대형마트 출점 규제에 힘입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본원적인 경쟁력은 가성비다. 개당 2000원 이하 제품이 70%를 넘는다. 다이소가 주목을 끌자 곧바로 규제 이슈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이소 같은 매장들이 출점 제한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결정에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었다.
다이소 규제가 타당하냐를 놓고 약간의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그날 모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다. 장사가 잘되건 안 되건 다들 가까운 장래조차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불안은 불확실성과 신뢰 결핍에서 나온다. 이달 들어 한국은행 총재, 경제부총리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서 “리디노미네이션 절대 안 한다”고 했다. 이 정도 말했으면 믿어줘야 한다. 그런데 시장에선 여전히 불안해한다. 금 사재기 열풍이 그 불안의 정도를 반영한다. 시중은행이 골드바 수요를 못 쫓아가 판매를 일시 중단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돈 있는 사람들만 불안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달 초 한국갤럽이 정부 출범 2주년을 즈음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경제정책 지지율이 20%대로 유독 낮았다. 경기 전망도 비관적이었다. 물론 이게 다 우리 내부 요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불안의 근인을 정부에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평가지표를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국정운영계획에 나온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기준으로 한 말일 것이다. 이들 3대 과제의 성적표를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더 중요한 건 이들 과제에 국민이 동의하고 있는지, 그 결과물을 각자의 성공으로 공유할 수 있는가이다. 돈 잘 번 기업이 규제 칼날이 무서워 실적을 쉬쉬해야 한다면 그건 정부가 말하는 성공의 길에 동참하는 데 불편해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 길이 누구의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 불확실해서다. 리디노미네이션에 정부의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자력구제에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믿지 못하니 불안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종종 “불안을 선동하지 말라”고 하지만 왜 불안해하는지 들여다보는 게 먼저다.
고기정 경제부장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