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집 앞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쳐놨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영 사회부 기자
부모와 누나의 빈소를 묵묵히 지키던 서 군은 한 조문객에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터뜨렸다고 한다. 사건 당일 서 군이 잠에서 깨어나 마주하게 된 충격적인 장면은 서 군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서 군은 또 “누나 방에서 엄마의 시신을 확인했는데 어제까지 따뜻했던 엄마 손이 차가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 군은 그날 잠자리에 들면서 아침에 눈을 뜨면 집에 이런 일이 벌어져 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 군은 경찰에서 “학교 숙제로 (사건 당일) 새벽 4시까지 손수제작물(UCC)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방에 들어와 ‘늦게까지 고생이 많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군의 아버지는 억대 빚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운영하던 목공예점이 계속 적자가 나자 확인된 것만 약 2억 원의 빚을 지고 폐업했다. 그는 사건 전 친척에게 ‘삶이 어렵다. 돈이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힘들어했다고 한다.
생활고를 비관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은 종종 일어난다. 6일 부산에서는 생활고를 못 이겨 장애가 있는 아들을 살해하려 하고 자살을 시도한 5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어린이날인 5일에도 경기 시흥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 4명이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런 참담한 범행에 이르기까지는 말 못할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없다. 가장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 전 다른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은 다른 나라에서는 드문 ‘한국적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왜곡된 가족주의가 부른 참사라는 얘기다. 사망자에게는 살아볼 기회를 박탈하고 생존자에게는 ‘풀 수 없는 숙제’를 안기는 가장의 잘못된 선택은 더는 없어야 한다.
김소영 사회부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