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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장, 국회의원에 檢개혁 비판 메일

입력 | 2019-05-27 03:00:00

“수사종결권, 경찰에 주는건 개악”… A4 14장 분량 의원 전원에 보내
“지금 같은 총장 임면 시스템으론 코드 맞는분 선택될 수밖에” 지적




현직 검사장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26일 국회의원 전원에게 e메일로 보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사진)은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A4용지 14장 분량의 글에서 “작금의 검찰개혁 논의를 보면서 세월호 비극의 수습책으로 해경이 해체되던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의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다”며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 검찰 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는 일반 국민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송 지검장은 또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는 법안에 대해 “경찰이 아무런 제약 없이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통신·주거를 마음껏 뒤지고, 뭔가를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가 없이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언제든지 덮어버려도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사보다 경찰이 더 공정하게 수사하고 검사보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진실 규명에 더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검찰 수사의 의사 결정 및 보고 시스템도 비판했다. 그는 “민정수석은 권력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라며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과 예정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 보고를 해야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며 “총장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코드에 맞는 분이나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총장이 되고, 결국 총장은 임명권자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지검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에게 건의문을 보내는 문제를 검찰 수뇌부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주영 aimhigh@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