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키덜트 문화’의 진화
서울 용산구 디저트 카페 ‘라라라이크’에서 판매중인 케이크. 이곳 단골손님인 김지민 씨(27)는 SNS를 통해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등이 그려진 디저트를 직접 주문해 먹기도 한다. 라라라이크 제공
#2. 30대 남성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이허브’에서 어린이용 비타민을 주문한다. 그가 주로 구입하는 제품은 알록달록한 젤리 종합 비타민과 오렌지 모양 비타민C.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약국에서 곰돌이·공룡 모양 비타민을 사주셨다. 비타민 하나에 행복감에 젖어들던 과거로 돌아간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 귀여움에 홀린 ‘어른이’들
서울 성동구 소품 가게 ‘잡화게티’ 매장. 박민이 대표는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2014년 문을 열었다. 1년 전부터 가게를 찾는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SNS 캡처
음식과의 결합도 활발하다. “이걸 어떻게 먹어?” “30분 동안 감상하자.” 24일 서울 마포구 ‘디저트연구소’를 찾은 10여 명의 손님은 복숭아와 선인장 모양 케이크를 앞에 두고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케이크 한 조각에 9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다. 강민재 매니저(30)는 “최근 선보인 보노보노와 벌 모양 머랭 쿠키는 판매하자마자 동이 났다”고 했다.
디저트 외에도 ‘뽀로로’ ‘인어공주’ 등을 본뜬 귀여운 밥상, 캐릭터를 내세운 음료수의 인증샷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세를 이룬다. 커피 프랜차이즈도 마시멜로 같은 귀여운 디자인의 음료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작은 물건을 취급하는 답례품 시장도 귀여운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수박 모양 떡설기, 욕조에서 목욕 중인 병아리 모양 방향제, 피카추 디자인의 수세미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캐릭터를 내세운 화장품, 출판물, 전시도 잇따르고 있다.
○ ‘남성 편입’ ‘적극 소비’
곰돌이 물고기 같은 귀여운 모양의 어린이용 비타민을 찾아 먹는 성인도 늘고 있다. 아이허브 캡처
귀여움을 소비하는 방식은 적극성을 더해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올해 가장 귀여운 동물’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기’ 등의 순위 영상을 보고 댓글창으로 웃음 참기 놀이를 벌이기도 한다. 취미 모임 사이트에는 소품 가게 동행자를 구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귀여움이 문화 콘텐츠의 중심으로 돌격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에 어른은 어른 취향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팽배했다. 최근에는 개성 존중과 소소한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어른다움에 대한 요구가 옅어졌다. 사회·경제적으로 각박한 현실도 1차원적인 위안을 주는 귀여운 콘텐츠의 주가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