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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장르법칙 뒤틀고 융합… 봉준호 자체가 장르”

입력 | 2019-05-27 03:00:00

[봉준호 ‘기생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괴물-가족영화 속 신랄한 사회풍자… 치밀한 복선 배치 ‘봉테일’ 별명도




장르 영화의 틀 속에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내온 봉준호 감독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들어왔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을 쓴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6)의 외손자인 봉 감독은 대부분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봉준호 자체가 장르”(미국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라는 말처럼 기존 장르 법칙을 뒤틀거나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에도 능하다. 사소한 장면이라도 치밀한 복선을 배치하는 섬세한 연출로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그가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영화는 ‘살인의 추억’(2003년)이다. 스릴러 장르의 재미에 1980년대 한국 사회 공권력의 무능함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5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웰메이드 한국 영화’라는 평단의 호평 세례도 잇따랐다. 할리우드 괴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그만의 해학과 풍자를 담은 ‘괴물’(2006년)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괴물과 맞서 싸우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무기력함을 꼬집었고 관객 1301만 명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가족은 그의 주된 소재다. ‘마더’(2009년)에서는 광기 어린 모성애를,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설국열차’(2013년)와 넷플릭스 ‘옥자’(2017년)에서는 계급과 계층 갈등을 그리면서도 가족 구성원의 삶 속에 담긴 희비를 담았다. ‘기생충’ 역시 가족 드라마라는 평범한 소재에서 한국 사회의 불안한 현실을 꼬집는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은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