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 사장 성장전략 밝혀 2021년부터 상용화 자신감… 생산규모도 20배 넘게 확대 세계 3위 기업으로 도약 의지 ESS 사업에도 본격 진출 선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사진)은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장전략을 밝혔다. 연내 개발을 공언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양극재로 쓰이는 원자재 중 니켈의 비중이 90%, 코발트와 망간이 각각 5% 들어가는 ‘NCM 91/21/2’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커져 1회 충전에 더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지만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선 니켈 비중이 각각 50∼60%인 제품이 주력으로 한 번 충전하면 최대 300km를 간다.
니켈 함량이 80%인 NCM811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기업에 이어 세계 1위(출하량 기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도 지난달 양산 계획을 밝혔다.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대규모 정부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계와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는 한국 기업 간의 대결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는 ‘서비스로서의 배터리(BaaS·Battery as a Service)’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제시했다. BaaS는 배터리의 제조와 판매뿐만 아니라 수리 및 대여, 충전,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다. 또 전기차 외에 항공, 해양 및 산업용 등으로 배터리 판매를 확대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도 본격 뛰어들기로 했다.
김 사장은 LG화학과 기술 유출을 둘러싸고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에 대해 “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유럽까지 자체 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싸움보다는) 세계 시장을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국내 투자 비중이 적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구매 물량이 커지면서 완성차 생산 공장 주변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배터리를 구매하고 있다”며 “국내 수주가 늘면 당연히 국내에도 공장을 짓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일각에서 추진설이 나오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기반으로 한 ‘구미형 일자리’에 대해선 “답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