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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택배기사 연봉 1억? 매달 1만6000개 배송-집하해야 가능”

입력 | 2019-05-28 03:00:00

CJ대한통운 수입 따져보니




‘1098만 원, 1096만 원, 983만 원, 886만 원….’

최근 CJ대한통운의 경기 지역에 위치한 A대리점(집배점)에 소속된 택배기사들의 3월 수수료 명세가 적힌 자료에는 이런 숫자들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수수료는 택배를 발송하는 업체로부터 화물을 수거해 지역터미널로 옮기는 업무(집하)와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송업무에 대해 택배기사가 받는 수입이다.

이 집배점 43명의 택배기사 가운데 3명은 3월 수수료가 1000만 원이 넘는다. 6명은 800만 원대고, 700만 원을 넘긴 택배기사도 20명이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은 이 가운데 약 10%를 대리점에 내고 남은 돈 가운데 10%는 부가가치세로 납부한다. 여기서 차량유지비 등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택배기사의 순수한 수입이다.

최근 CJ대한통운은 자사와 거래하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 1만2000명의 지난해 평균 소득이 6937만 원에 이른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요즘 힘든 일을 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릴 것 같던 택배일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택배업계는 시장 점유율이 절반에 이르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의 소득이 유독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소득 1억 원을 넘긴 경기 용인시의 이 회사 택배기사 오문열 씨(62)는 “매달 배송 물량이 8000∼8500개, 집하도 최대 8000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당 800원 정도를 받는 배송으로만 월 600만∼700만 원의 수익을 거둔다. 배송보다는 수수료가 적지만 한곳에서 대량으로 물량을 받을 수 있는 집하로는 200만∼300만 원을 더 번다. 택배기사가 모두 오 씨와 같다면 ‘은퇴 걱정 없는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

오 씨는 “배송 물량은 구역별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집하 물량을 늘리면서 수입이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배송 물량만으로도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고수익을 위해서는 영업활동을 통해 집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택배기사 박명원 씨(27)는 대부분의 수입을 배송으로 올린다. 월 평균 6500개가량 배송했고 여기에 소규모 집하 물량을 더해 월 560만∼57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 수수료와 부가세, 유류비 등을 제외하고 약 450만 원의 순소득을 챙기지만 소속된 대리점에서는 낮은 편이다. 박 씨는 “근무 시간이 짧지 않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소득도 적지 않다”며 “최근엔 고객들도 정중하게 대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근무시간이 긴 것은 불가피하다. 오 씨의 경우 아내와 함께 택배일을 하면서도 오후 7, 8시까지는 일해야 한다. CJ대한통운은 최근 1만8000명의 택배기사 가운데 3200명이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최근 2, 3년간 진행된 자동화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에 지역터미널에 도착한 화물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하는 작업 부담을 자동화 설비가 덜어주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의 자동화 시설 ‘인텔리전트 스캐너(ITS)’와 ‘휠소터’의 모습.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경기 수지중앙집배점 이찬혁 대표(51)는 “빠르게 흘러가는 화물 중에 각자의 몫을 골라내는 작업이 힘들뿐더러 이 작업 때문에 오후 늦게부터 배송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자동화로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전국 대부분의 지역터미널에 자동화 설비를 설치한 가운데 ㈜한진도 올해부터 3800억 원을 들여 자동화와 터미널 확대에 돌입하는 등 투자에 나섰다.

용인=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