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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정원장, 與 총선책사와의 ‘비공개 4시간’

입력 | 2019-05-28 03:00:00

서훈-양정철, 강남서 만찬 회동
野 “과거 국정원 총선개입 떠올라”… 정의당도 “오해살 일 말라” 비판
양정철 “오래된 지인들과 사적 만남”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현직 국정원장이 집권여당 싱크탱크 책임자와 따로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야권은 서 원장이 내년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전략 수립을 총괄할 양 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국회 정보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국정원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매체 ‘더팩트’는 “서 원장과 양 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정식집에서 4시간 이상 독대했다”며 두 사람이 식당에서 나와 인사를 나누는 영상을 27일 공개했다. 서 원장은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마친 후 이날 오후 10시 45분경 식당을 나와 양 원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어깨를 토닥였다. 양 원장은 90도로 인사하며 서 원장을 배웅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둘의 만남이) 만약 총선과 관련됐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서 원장은 양 원장을 왜 만났고 어떤 논의를 했는지 밝히고, 민감하고 부적절한 논란을 빚은 것을 사과하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과거 국정원의 총선 개입이 떠오르는 그림이다. 즉시 국회 정보위를 개최해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은 애초 오해를 사지 않는 신중한 행동을 보였어야 한다.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이날 2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내고 “그날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한 사적인 모임”이라며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식사비 15만 원은 현금으로 내가 냈다. 남들 눈을 피해 (국정원장과)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 원장은 이날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개최한 학술대회 축사차 방문한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지만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은 여권의 핵심 실세들의 모임인 ‘재수회(再修會)’를 통해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후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란 뜻으로 결성된 재수회는 문 대통령을 막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조윤제 주미 대사, 민주당 박광온 의원,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 주요 멤버다.

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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