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북군도 가용한 모든 병력을 차출했다. 양군이 부딪친 곳이 게티즈버그였다. 게티즈버그 전투는 총 3일간 벌어졌다. 마지막 날 벌어진 조지 피킷의 공세는 남북전쟁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장중한 드라마였다. 리는 남군 3개 사단을 동원해 북군의 중심부 세메터리 리지를 향해 들판을 가로지르는 정면 공격을 감행한다. 이 공세는 참가자 50%가 사상하는 참극으로 끝났다. 리의 시도가 대담한 승부수였는지, 무모한 작전이었는지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번은 게티즈버그 현장을 찾은 일이 있었다. 남군의 출발 지점에서 평원을 내려다봤을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적인 장군이 왜 이런 무모한 시도를 했을까? 아무리 뛰어난 리더도 이 한 번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조급함과 압박에 어리석은 결정을 했던 것일까?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이 심해져 가는 이유는 타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 자체를 신념에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티즈버그처럼 현장은 양측의 위치에서 봐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어리석음을 진리로 고수하는 어리석음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