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그러나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최근 리얼미터가 한국당 지지율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한국갤럽보다 높게 추정해 온 점이다.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이후 리얼미터는 항상 대통령 지지율을 한국갤럽보다 높게 추정했다. 리얼미터는 대통령 지지율상으론 ‘진보’, 한국당 지지율상으론 ‘보수’란 얘기가 된다. 반면 2018년 당시 야당 대표에게 “거짓 조사”란 말까지 들었던 한국갤럽이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상으론 보수, 한국당 지지율상으론 진보다. 진영 논리가 만연한 우리 사회 전체가 ‘인지 부조화’를 겪을 판이다.
진영 논리가 아닌 객관적 시각으로 면접조사와 자동응답설문(ARS) 방식의 차이, 최근 변화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인지 부조화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ARS와 면접조사 간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 보수 유권자들의 숨는 현상이 없어진 것이다. 반면 응답률이 극히 낮은 ARS 조사는 적극적 정치 참여 층이 아닌 ‘중도’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과소 표집될 가능성이 높다. 리얼미터의 ARS 조사는 양 정당의 적극적 지지층을 상대적으로 과대 표집해 한국당의 지지율이 높게 추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도가 상대적으로 충분히 표집되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리얼미터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중도 유권자들의 문 대통령 지지가 이전보다 하락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서 한국당 지지율도 동시에 낮게 나오는 것은 한국당이 이들을 흡수하지는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결론적으로 두 조사기관의 괴리가 시사하는 바는 양 진영 모두에 대한 중도 유권자들의 실망감이지 특정 조사기관의 편향성이 아니다. 첫 번째 시사점이다.
여전히 한 조각의 퍼즐은 존재한다. 리얼미터의 두 정당 지지율 차이의 추정 값이 어떻게 불과 일주일 사이에 8.7%포인트 이상 변했는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단 1%포인트, 그것도 반대 방향으로 변했는데 말이다.
필자의 연구진이 정당 간 지지도 차이의 변화를 다각도로 분석해 보아도 5월 3주 차처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가 1%포인트 ‘친야’ 방향으로 변화할 때 리얼미터가 8.7%포인트 ‘친여’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매우 희박한 확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당 간 지지율 격차의 변화 폭을 분석해도 이 확률은 매우 낮다. 심지어 대통령 탄핵 같은 격변기에도 두 정당의 격차가 급속히 변화했던 주에는 대체로 양 조사기관 모두에서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마지막 퍼즐은 확률적으로도, ARS와 면접조사라는 방법론적 차이로도 설명이 어려워 보인다. 만약 아무런 방법론적 변화가 없었는데도 이런 ‘튀는’ 결과가 나왔다면 ARS 방식의 ‘불안정성’이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란 해석이 불가피하다. 두 번째 시사점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