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최근 충북에 다녀왔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갈등 때문이다. ‘지역 내 명문고 설립’을 둘러싼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갈등이 그것이다. 그간 도는 지역 우수 학생을 위한 자사고 등 명문고 설립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고 있다.
교육을 맡는 교육청이 아니라 행정기관인 도가 명문고 설립을 요구하는 점부터 특이하다. 더욱이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출신 3선 도지사가 ‘자사고 폐지’라는 당론을 모를 리 없는데도 명문고 설립을 외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역주민 설문에서는 67.3%가 ‘지역 내에 명문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사고 설립에 44.7%가 찬성한 조사 결과도 있다. 도 관계자는 “도민들이 지사를 볼 때마다 ‘충북 교육 앞으로 어쩔 거냐’는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며 “오죽하면 도가 나섰겠느냐”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이런 요구를 ‘교육 적폐’로 취급했다. 충북도청을 찾은 날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도교육청 측 토론자는 “명문고 설립 운운하는 이런 토론회 자체가 유감”이라며 “우수한 학생들만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이 목표라면서 그 ‘모든’ 아이 가운데 ‘공부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아이’는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전교조 등 진보교육 단체 관계자들은 ‘명문고 반대’ 피켓을 들고 도를 압박했다.
도교육청은 고교 평준화를 목표로 학교 배정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2017학년도부터 도교육청은 충북 중3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상위 10% △중상위 40% △하위 40% △최하위 10% 등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을 각 고교에 골고루, 사실상 반강제로 분산 배치한다. 하지만 학교는 각 학생의 실력에 따른 맞춤형 수업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학생들은 공부를 잘해도 학원을 찾아야 하고, 못해도 학원에 가야 하는 ‘평준화의 역설’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탈(脫)학업’을 강조하는 진보교육 체제에서 우수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공부를 잘하거나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있던 수월성 교육 정책마저 없애는 추세다. 충북도의 명문고 설립이 요원한 만큼 한국의 인재 양성도 멀어 보인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