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9월 15일 산악인 고상돈이 처음으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뒤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고 한 무선 메시지에 온 국민이 환호했던 감동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요즘은 상업 등반업체들이 일반인도 돈만 내면 ‘어떻게 해서든지’ 정상에 오르게 해준다고 한다. 업체와 고용한 셰르파 수에 따라 다르지만 약 3만5000∼5만 달러를 내면 산소통 식량 등 짐을 다 날라주고, 크레바스에 사다리까지 놔주기 때문에 등반객은 배낭만 메면 된다. 정상까지 이르는 300여 m 외길에는 아예 로프가 설치돼 잡고 오를 수도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날씨가 좋은 날이 매우 적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에 따르면 과거에는 정상의 기상 예측을 감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등반 실패가 많았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산 곳곳은 물론이고 정상에도 와이파이 공유기가 설치돼 있어 좋은 날씨가 예측되면 다같이 등반에 나선다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같은 고산 등반을 하려면 최소한 하프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거나, 한겨울에 최소 24시간 이상 산행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 네팔 정부도 초보자 고령자 장애인 등에 대한 등반 제한을 검토했지만 관광수입 감소 우려로 흐지부지됐다. 마라톤도 출전 자격과 인원수를 제한하는데 해발 8000m급 고지를 오르는 데 아무 제한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말 교통경찰이라도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