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외로워하는 엄마에게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를 추천했다. “요즘 사람들은 독서모임을 핑계로 가서 친구 사귄대∼ 엄마도 한번 해볼래?” 젊은 사람만 있을까 걱정하기에 ‘삶과 죽음’ 클럽을 권했다. 다행히 엄마는 신문물을 잘 받아들였고, 휴대전화로 다음 시즌 결제까지 하는 등 놀라운 발전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새 친구는 사귀지 못했는데, 다들 너무 젊었기 때문이다.
‘중년판 트레바리 열어줘라.’ 엄마는 요청했다. 아니, 내가 해달라면 다 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 흘려들었더니 며칠 뒤 장문의 문자가 왔다. ‘내가 하고 싶은 것=대화 소통하기, 같이 걷기, 스트레칭 하기, 디저트 집 가보기, 휴대전화 앱 깔기, 컴퓨터 간단한 거 배우기, 사위와 데이트하기(?), 손녀와 놀기(?), 세대 간 소통 창구 프로젝트 만들어 주세요. 시간 남아돌고 외로운데 함께할 놀이가 없어.’
일단 던졌다. 이런 걸 해 보고 싶은데 혹시 수요가 있을까요?
없었다.
용기란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행하는 것인데, 어리석음도 같은 거여서 삶이 어려운 거라던 말이 생각났다. 슬그머니 글을 내리려는데 낯선 ID로 쪽지가 왔다. ‘어머니께 여쭤봤는데 해보고 싶어 하세요!’ 심장이 ‘쿵’했다. 한 명이라도 와 준다면 그걸로 된 거야. 그렇게 포스터를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엄마 친구부터 친구 엄마 등 여성 7명이 모였다. 강의 하루 전날, 긴장 속에 리허설을 해 보는데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 얘기를 경청해 주고 지지해 주고 재미있는 경험을 체험하게 해 주면 절로 그 곁에 오래 머무를 겁니다. 딸과 함께한 커피 집, 마라탕 집, 노래방 등은 나를 젊게 해주고 즐거운 추억을 갖게 해 줍니다. 이제 배우는 건 싫으니 많이 놀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가르치는 데 집중했던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장소, 분위기, 냄새, 그리고 이 공간에서 환대받는다는 마음.
어쩌면 이건 좋은 사업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액티브 시니어(은퇴 이후에도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5060세대)’를 위한 담론도 활발하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또 액티브하지 않은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은퇴를 앞둔 엄마의 삶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 찰 수 있기를. 나도 언젠가 60세가 될 테니까.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