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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골 한국대사의 수상한 비자 개입

입력 | 2019-05-28 03:00:00

불허판정 났는데도 재심사 강요… 2월이후 발급 협조지시만 10여건
브로커 “대사와 서너차례 통화, 의심 피하게 3명씩 접수하라고 해”
외교부 “감사 착수전 기초 조사중” 대사 “국익-인도적 차원서 한 일”




주몽골 한국대사가 현지 비자 브로커들과 유착해 부당하게 몽골인들의 한국 입국비자를 발급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외교부 및 복수의 공관 관계자에 따르면 주몽골 대사관 A 대사는 법무부 소속 비자발급 담당 영사에게 ‘불허’ 판정이 난 몽골인에 대해 비자 요건을 재심사하고 비자를 발급하라고 강요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렇게 허가가 난 몽골인 중 T 씨(41)는 5월 현재 불법체류자로 확인됐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외국인의 입국 자격을 심사해 국내 보안·노동 문제, 불법체류 문제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사증발급 제도의 의미가 무색하게 대사가 불법체류자를 늘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A 대사가 개인적으로 담당 영사에게 비자 발급 협조를 지시한 건만 올해 2월 이후 10여 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A 대사가 비자 브로커로부터 청탁을 받고 부정하게 비자 발급 알선에 개입해 왔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외교부 감사관실에 제출된 현지 비자 브로커들의 통화 녹취에는 “내가 A 대사하고 서너 번 통화했는데 ‘8명을 한꺼번에 접수하면 이상하게 보니까 4명씩 4명씩 2번이 낫다. 제일 좋은 건 2명이고, 3명 4명으로 끊어서 하고 5명을 넘어서면 안 된대’요”라는 언급이 나온다. 대사가 지난해 12월 공관장 회의를 하러 귀국했을 때 브로커를 잠깐 만났다는 이야기도 포함돼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부터 관련 의혹이 접수됐지만 아직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문제 제기가 많아서 해당 공관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하기 전 기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들과의 유착 정황과 함께 대가성은 없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A 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익 차원에서나 인도주의적 사유에 해당해 담당 영사에게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한국 대학에 입학해 수업을 들어야 하거나 내일모레 (한국에서) 수술 날짜가 잡혔는데 정상적인 처리가 어렵거나 영사에게 접근이 어렵고 하면 다른 경로로 그런 게(부탁) 온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걸 비자 청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내가 인지하기로 불법체류자는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행을 희망하는 몽골인들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위·변조된 서류 제출이 빈번해지자 비자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공관에 따르면 하루 신청자 수가 600∼800명에 달하지만 실제로 발급되는 수는 200명 안팎이라고 한다. 소요 기간도 70∼80일 정도로 비교적 길다. 대사관은 이에 “위·변조된 서류가 많아서 심사하는 데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