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12번째… 4번째 프리퀄, 사회적 함의 담아 히어로물 ‘새 장’ ‘왕좌의 게임’ 산사역 소피 터너, 여성 서사 중심에 서서 맹활약 킨버그 감독 “대학 졸업하는 느낌”
3월 월트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히어로와 엑스맨을 한 스크린에서 볼 날도 머지않았다. 27일 간담회에 참석한 ‘엑스맨: 다크피닉스’ 출연진이 ‘손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클 패스벤더, 소피 터너, 사이먼 킨버그 감독, 타이 셰리던, 에번 피터스. 뉴시스
기존 미국 히어로물들이 1930년대 대공황이나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절대 악과 맞서는 구도로 출발했던 것과 다르게, 엑스맨 시리즈는 1960년대 화려한 성장 이면의 편견과 차별의 정서를 바탕으로 했다. 특히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한 ‘엑스맨’, ‘엑스맨2: 엑스투’(2003년)는 선악의 대립을 넘어 소수자(뮤턴트)의 어두운 내적 갈등, 계층 갈등 등 사회적 함의를 작품 세계관에 녹여내 히어로 영화의 새 길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엑스맨: 다크피닉스’는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년) 이후 10년이 지난 1992년을 배경으로 한다. 엑스맨의 일원으로 우주에서 사고를 당한 진 그레이(소피 터너)는 어둡고 압도적인 힘을 지닌 다크피닉스로 변해 간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시리즈 가운데 이례적으로 여성의 서사를 중심에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극 중 “엑스맨이 아니라 엑스우먼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미스틱(제니퍼 로런스)의 대사는 노골적이다. 억눌린 내면의 어둠에 잠식돼 가는 진을 연기하기 위해 터너는 다중인격 장애에 관한 자료들을 직접 찾아봤다고 한다.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산사 스타크로 유명한 그는 “영화 속 여성들은 누구도 남성들에게 굽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킨버그 감독도 “여성 중심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나와야 할 때였다”며 “엑스맨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의 이야기”라고 했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년) 등 화려한 파워게임에 치중해 철학을 잃었다는 혹평을 받을 때도 엑스맨 시리즈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년) 등으로 활로를 모색해 왔다. “19금 히어로”라 불린 ‘데드풀’(2016년) 시리즈도 색다른 재미를 줬다.
‘로건’(2017년)에서 사망한 울버린(휴 잭맨)은 없지만 기존 프리퀄의 미스틱, 비스트(니컬러스 홀트), 사이클롭스(타이 셰리던) 등은 여전히 반갑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년)을 끝으로 히어로 영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영화음악가 한스 치머의 복귀도 눈길을 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