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서 첫 수업 ‘마을버스 세계일주’ 생생강의에 직원들 “시간없어 늘 아쉬웠는데 이런 강의 사무실서 들으니 좋아” 시민대학-기업 함께 무료강좌, 퇴근길 지하철역 인근서 열기도 “이달 시험운영 거쳐 지역 확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이 회사 직원들이 여행작가 임택 씨의 ‘마을버스 세계일주’를 듣고 있다. 이날 강좌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의 ‘찾아가는 기업연계형 시민대학’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렸다. 서울시 제공
하나투어는 이날부터 4주간 매주 금요일 오후 4∼6시 직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마련했다. ‘유럽의 깊이에 빠지다’를 주제로 유럽의 역사, 종교, 신화 등을 전문 강사가 강의한다. 여행사 업무와도 연결된 공부인 셈이다.
“평생 주어진 노선을 돌면서 속도제한장치를 달고 시속 60km 이상으로는 달릴 수 없는 마을버스가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강의를 들은 오승환 씨(32)는 “여행사에 다니는 저조차도 다람쥐 쳇바퀴 같은 직장 업무에 갇히게 되는데 그걸 깨고 나가는 용기가 자극적이었다”며 “남은 강의도 기대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 강좌는 서울시 평생교육국이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이 하나투어와 함께 마련한 것이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인문, 교양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평생학습 기관으로 시내 6개 학습장과 28개 대학 강의실 등에서 강의한다.
하지만 학습장과 강의실을 찾아 공부할 만한 시간 여유가 없거나 직장 가까이에 교육기관이 없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2017년 서울시의 ‘서울시민 평생학습 참여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공부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 업무에 따른 시간 부족’(50.7%)과 ‘근거리 교육훈련기관 부재’(12.8%)를 꼽았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이를 해소해보기 위해 직접 직장인 곁에서 강의하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일터에서 강의하는 ‘찾아가는 기업연계형 시민대학’과 퇴근시간에 맞춰 직장인이 쉽게, 많이 오는 지하철역 인근에서 강의를 듣도록 하는 ‘퇴근길 시민대학’이다. 기업연계형 시민대학 강좌는 올해 모두 6개 기업에서 진행할 생각이다. 하나투어의 인문학 강좌는 시범사업이자 올 1호이다. 희망하는 기업의 신청을 받으면서 발굴도 하고 있다. 퇴근길 시민대학의 첫 시범 강좌는 중소기업 약 1만 개가 모인 금천구 G밸리(서울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 기업시민청에서 14일 시작했다. 올해 종각 용산 강남권역에 각 1곳씩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민대학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기업은 서울시 평생교육과나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시민대학국에 전화나 e메일로 문의하면 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