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회 덮친 反EU 바람]유럽국민당-유럽사회당 326석 그쳐 각국 주류정당 역대 최악 성적표 英-佛-伊선 극우정당 1위 돌풍… 反EU 3개 정당 합치면 171석 2위
극우 돌풍 ‘함박웃음’ 23∼26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돌풍을 주도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극우 동맹당 대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옛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 영국 극우정당 브렉시트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왼쪽 사진부터)가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웃고 있다. 출구조사에서 세 정당은 모두 자국 정당 중 1위를 차지했다. 밀라노·파리·사우샘프턴=AP 뉴시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극우 동맹당 대표 겸 부총리가 26일 밤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탈리아 제1당을 확정한 후 내놓은 소감이다. 23∼26일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정계를 지배한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과 중도좌파 유럽사회당(S&D)은 합계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그 대신 반(反)난민·반EU를 주창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녹색당 등이 약진해 유럽 정치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정치질서 와해
이날 투표율은 51.0%로 1994년 이후 가장 높았다. 1979년 유럽의회 선거 시작 이후 줄곧 하락세이던 투표율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영국이 EU를 떠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러시아 중국 미국 등 외부 위협이 커지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높은 투표율의 배경을 분석했다.
○ 각국 극우정당 급부상
EU 빅5 국가의 선거 성적표도 향후 EU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이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모두 반EU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했다. 독일과 스페인에서는 각각 집권당이 1위를 차지했지만 역시 극우 정당의 돌풍이 거셌다. 동유럽의 헝가리와 폴란드도 EU 집행부와 사사건건 부딪쳐왔던 반EU 성향의 집권당이 1위를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통적인 중도 정당이 몰락하고 다수당이 분열하면서 향후 세금과 무역협상 등 민감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폴리티코유럽도 “향후 극우정당 의원들이 유럽의회에서 반대 토론을 신청하며 회의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에서 1위를 한 극우 브렉시트당은 이미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에 관여하겠다”고 선포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