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건강문제로 참석 어렵자 묘지측 SNS로 “동참해달라” 시민들 아이 안고 성조기 들고 美전역서 달려와 마지막 길 배웅
25일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그로브묘지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헤즈키아 퍼킨스 씨(작은 사진)의 장례식에서 참석자들이 관 앞에 서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퍼킨스 씨의 가족이 건강 등의 이유로 장례식 참석이 어려워지자 사연을 접한 주민들이 참전용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사진 출처 스프링그로브묘지 페이스북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스프링그로브묘지 직원인 라이니 스트론 씨는 최근 큰 고민에 빠졌다. 6·25전쟁 참전용사 헤즈키아 퍼킨스 씨(90)의 장례식에 가족들이 참석할 수 없다고 연락해왔기 때문이다. 퍼킨스 씨의 딸이 3800km 떨어진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당장 먼 길을 올 수가 없었다.
스트론 씨는 장례에서 최대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참전용사의 마지막 길이 쓸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장례식 전날인 24일 묘지 페이스북 계정에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는 주민은 연락해 달라”고 알렸다. 이 사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지역 언론들은 참여를 독려했다.
생전에 고인과 인연이 없었던 수백 명은 관을 둘러싸고 존경과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아기를 안고 오거나 성조기를 든 주민도 있었다. 장례식을 마친 뒤에도 2시간가량 사람들이 끊임없이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구는 묘지 직원들이 맡았다. 유족 대신 스트론 씨가 의식에 따라 성조기를 받았다. 참전용사 장례식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렸고 백파이프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했다. 백발의 참전용사들은 군인 정복을 차려입고 예를 갖췄다. 퍼킨스 씨의 딸은 영상통화로 장례식을 지켜봤다.
스프링그로브묘지의 스킵 펠프스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장례식에 오려고 수백 마일을 운전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라고 전했다. 스트론 씨는 “장례식에 참석하겠다는 전화가 너무 많이 왔다. 수화기를 내려놔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스프링그로브묘지 측은 장례식을 마친 뒤 “수많은 분들이 참석해줘서 감사하다. 사연을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해준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