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고용평등 실천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워라밸 제도
17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방문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김봉진 대표와 함께 회사를 둘러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일·생활 균형 제도를 활성화해 2017년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뉴시스
최 씨는 30주 차의 임신부. 우아한형제들은 최 씨와 같은 임신부들이 임신 사실을 알려오면 사원증 색깔을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꿔준다. 몸이 무거운 임신부를 직원들이 배려하고, 임신기간 단축근무로 조기 퇴근하더라도 불러 세우지 말라는 취지다. 최 씨는 “임신을 하니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데, 회사에서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 배려’
우아한형제들의 이런 가정친화적 일터 문화를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방문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회사의 일·생활 균형 제도를 활용한 직원들의 경험담을 들었다.
또 다른 직원이 이 회사만의 ‘유급 특별 육아휴직’을 소개하자 이 장관은 “너무 부러운 제도”라며 감탄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사원에게 재직기간 중 한 번 유급 특별 육아휴직을 한 달간 준다. 이 휴직을 받은 일부 직원은 가족 모두 제주도로 가 한 달간 살고 오기도 했다고 한다.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을 홍보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린 이 장관. 뉴시스
또 배우자의 유급 출산휴가를 10일로 늘리고 출산휴가를 쓴 배우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업주를 처벌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여성의 독박육아로 이어지기 쉬운 제도적 허점을 고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 “지금 있는 제도부터 정착시켜야”
문제는, 제도는 있는데 활용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17년 육아휴직 사용자는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9만123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0∼2017년 0∼7세 자녀를 둔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전히 38.3%에 그치고 있다. 2017년 기준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비율은 42.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1%에 불과했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법이 허용하는 육아휴직 기간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긴 편에 속하지만 모성을 보호하는 직장문화가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며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개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22일 ‘남녀차별은 없고 일·생활은 균형되는 사람중심 일터로!’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인증샷’을 찍은 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다음 주자로 지목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