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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향토기업 한라산소주 ‘투명한 병’으로 정면승부

입력 | 2019-05-29 03:00:00

녹색병 소주 ‘한라산 올래’ 생산중단… 신제품 ‘한라산 17’ 내달부터 출시
대기업 제품과 차별화 전략 나서




제주지역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한라산소주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소주 제품을 투명한 병으로 생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라산소주 제공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한라산소주(대표 현재웅)가 사운을 건 도전에 나섰다. 녹색 병에 담기는 소주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제품을 투명 병으로 바꾼다. 제주지역 소주시장을 지속적으로 잠식하며 영향을 넓히고 있는 대기업 계열 소주 제품 등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다윗과 골리앗’ 싸움처럼 비치고 있다.

한라산소주 측은 녹색 병 소주인 ‘한라산 올래’(알코올 17.5도) 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대체하는 신제품으로 알코올 17도인 ‘한라산 17’을 다음 달 1일부터 출시한다고 28일 밝혔다. 또 기존 투명 병으로 생산하고 있는 알코올 21도인 ‘한라산 오리지널’을 ‘한라산 21’로 변경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를 통합했다.

모든 소주 제품을 투명 병으로 생산하는 것은 국내 11개 소주회사 가운데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투명 병을 썼던 소주 업계에서 녹색 병이 처음 나온 것은 1992년 출시된 ‘경월그린’이다. 이듬해 경월을 인수한 두산은 녹색 병 소주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고 다른 업체들도 녹색 병으로 전환했다. 녹색 병에 담긴 소주는 순하다는 느낌 등을 주면서 소비자들이 선호했기 때문이다. 녹색 병 가격이 투명 병에 비해 30%가량 낮은 점도 소주 업체가 녹색 병으로 바꾼 이유였다.

녹색 병 소주가 점유한 이후 한라산소주의 제주지역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 80%에서 대기업 계열 소주 제품의 확장에 밀려 최근 53%로 낮아졌다. 한라산소주 측은 새로운 돌파구로 투명 병 전환을 선택했다. 자체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투명 병 제품이 80%로 녹색 병인 한라산올래 2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 발판이었다. 이 업체 연간 매출액 가운데 녹색 병인 한라산올래가 68%를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한라산소주 매출은 전국 소주시장의 1.5%에 불과하지만 2017년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소주 브랜드 빅데이터 평판에서 전체 11개 업체 중 4위를 차지한 점도 제품 변신에 대한 자신감을 줬다.

이 업체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투명한 병에 담긴 소주와 결합시킨다는 전략이다. 녹색 병에 비해 투명 병은 먼지가 조금만 묻어도 금방 육안으로 드러난다. 빈병이나 제품에 포함될 수 있는 이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검사기기를 새로 도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1만530m² 용지에 하루 28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새 공장을 준공했다. 종전 생산량 15만 병보다 크게 늘렸고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이번에 출시하는 신제품은 청정한 화산암반수에 한라산 800m 높이 이상에서 자생하는 볏과 식물인 제주조릿대의 침출액을 첨가했다. 현재웅 대표는 “직원들과 공장 투어객 163명을 대상으로 한라산 17과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을 블라인드 테스트한 결과 60.1% 대 39.9%로 한라산 17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며 “투명한 소주로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