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에이즈 권위자’ 키운 매달 15달러 후원금

입력 | 2019-05-29 03:00:00

[함께 하는 NGO & NPO]조명환 건국대 교수
“세이브더칠드런 후원 덕분에 전쟁 상처 한국서도 큰 꿈 꿔
이젠 고통받는 阿아동들 도와”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카페 ‘맥심플랜트’에서 만난 조명환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자신에게 45년간 후원금을 보내온 에드나 넬슨 씨의 사진과 관련 기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제가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모두 ‘에드나 어머니’가 45년간 매달 보내주신 15달러 덕분입니다.”

이달 초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에이즈 권위자’ 조명환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63)는 올해 100주년을 맞은 아동구호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맺어준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주인공은 조 교수가 태어난 1956년부터 후원을 시작해 자신이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매달 15달러를 후원해 준 미국인 에드나 넬슨 씨다.

매달 후원금과 함께 꼬박꼬박 전달된 넬슨 씨의 편지 덕에 조 교수는 전쟁의 폐허에 신음하던 1950년대 한국에서도 큰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는 “에드나 어머니는 제 꿈을 물으셨다”며 “희망이 자주 바뀌었는데도 늘 ‘너는 그 분야에서 세계적 인물이 될 거야’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에드나 어머니’의 편지는 영어와 미국에 눈뜨게 해줬고, 미국 유학의 계기도 됐다. 그는 미 애리조나대에서 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고 모교 건국대 교수로 임용됐다. 번듯한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했지만 ‘에드나 어머니’는 매달 15달러를 조 교수에게 보냈다. 그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피라는 뜻에서 성인이 된 제게 계속 돈을 보내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조 교수도 자신이 받은 사랑을 사람들에게 베풀고 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에이즈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등 국제기구와 함께 에이즈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어린이 100만 명에게 무료로 치료약도 제공한다.

조 교수의 사례는 ‘우리가 아이들을 구하면, 아이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철학을 보여준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영국 여성 에글런타인 젭이 패전국 아동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전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64)은 “전쟁이 있는 곳에는 항상 세이브더칠드런이 가장 먼저 간다”며 “국적, 인종, 종교를 초월해 ‘아이들부터 보호하자’는 인도주의적 정신이 100년을 가능케 했다”고 소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100주년 캠페인으로 ‘아동에 대한 전쟁을 멈추라(Stop the War on Children)’를 진행 중이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