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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임대·분양 불편한 동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 아쉽다

입력 | 2019-05-29 00:00:00


재개발·재건축된 아파트에서 임대 입주민에 대한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일반 분양된 동(棟)과 임대동 사이에 높은 외벽이 설치돼 임대 주민들은 분양 주민이 이용하는 주차장이나 정문 출입을 하지 못한다. 서울의 한 주상복합 단지는 임대 주민과 분양 주민이 마주칠 일이 없도록 임대아파트를 특정 동의 저층에 몰아넣고 별도 출입구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한 단지에 섞어 짓는 ‘소셜믹스’ 주택정책은 임대아파트의 슬럼화와 저소득층의 주거 소외·단절 문제를 막기 위해 2005년 본격 도입됐다. 하지만 소셜믹스로 사회 통합을 도모한 일부 선진국과 달리 우리 사회에서는 차별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일부 임대·분양 혼합단지에선 편의시설 이용, 입주자 모임 운영 등을 놓고 주민 간 마찰이 비일비재하다. 주변 유치원, 학교에는 분양·임대동 자녀를 분류해 반을 운영해달라는 요구까지 들어온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개발이익 환수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소셜믹스 형태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했지만 소득 수준이 다른 계층이 한 공간에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수억 원을 들여 집을 마련한 분양 주민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임대 주민 간의 인위적 혼합이 이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SH공사가 2015년 혼합단지 주민을 설문조사해 보니 소셜믹스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37.6%)이 긍정적 인식(19.4%)보다 훨씬 높았다.

비싼 집값, 반복되는 전세난 등을 고려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필요하다. 소셜믹스 단지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의 가치에 대해 가르치고 느끼게 해주는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계층 갈등이 적은 사회가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시민 의식을 길러야 한다. 아울러 재개발·재건축 시 임대주택 입주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도시주거환경정비법 등에 명확한 규정을 넣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