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누락 등 절차 허술… 10년 의혹 김학의 결국 구속… 수사는 의지 문제
이명건 사회부장
바로 그때 ‘장자연 리스트’ 사건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종결됐다. 서거 후폭풍에 검찰 수뇌부가 넋 나간 시기였다. 앞서 같은 해 3월 장 씨가 숨진 직후 경찰 수사팀이 출범했다.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가 본격화한 시점도 3월이다. 4개월 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경기 분당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았다. 경찰은 술자리 강요 등의 혐의를 받던 장 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 씨 등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장 씨의 전 매니저 유모 씨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40일 후 검찰은 김 씨와 유 씨만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끝냈다. 다른 수사 대상 12명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공교롭게 그 다음 날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당시 검찰 요직을 지낸 법조인은 이렇게 강조했다. 장자연 리스트 수사를 왜곡할 이유도 없었고, 여건도 아니었다는 의미다. 정말 그랬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수사는 왜 망가졌을까.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장자연 리스트 수사에서 △압수수색 부실 △통화 명세 등 기록 누락 △녹취록 등 증거 부재가 확인됐다. 경찰은 장 씨 사망 직후 1차 압수수색에서 장 씨의 다이어리 등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 검찰은 장 씨의 1년 치 통화 명세 등 주요 기록을 보관하도록 경찰을 지휘하지 않았다.
수사는 절차다. 압수수색, 진술 확보, 기록 분석 등의 절차가 차곡차곡 쌓인 게 수사 결과다. 절차가 허술하면 결과가 의심받는다. 그래서 장자연 리스트 수사가 10년 내내 의혹의 수렁에서 허우적댄 것이다.
10년 전이라고 검찰과 경찰이 절차의 엄중함을 몰랐을까. 당시 담당 부장검사는 최근 본보 기자에게 “재직 시 일은 얘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검찰도 경찰도 기록 및 증거 누락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모르쇠로 일관한다. ‘고의’를 빼놓고는 원인 분석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고의가 전제되면 그림이 그려진다. 전직 대통령 수사와 서거의 혼란한 틈을 탄 외압과 회유가 통했다면 말이다. 방관은 종종 왜곡을 부추긴다.
반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재수사가 불가능하다. 부실 수사 논란도 수사로 규명할 수 없다.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실체를 규명할 방도는 있다. 과거사위 권고로 장 씨 소속사 대표였던 김 씨의 위증 혐의를 검찰이 수사하게 됐기 때문이다. 위증 여부 판단의 필수 조건이 실체 규명이다. 김 씨는 이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수사는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6년이나 걸렸지만 끝내 김 전 차관을 구속하지 않았나. 장자연 리스트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이명건 사회부장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