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 날, 잠을 푹 잤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낭패를 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배우 안재욱은 2월 아침 음주단속에 적발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술 마신 지 6시간 이상이 지났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6%였다. 가수 호란도 2016년 9월 새벽 숙취 상태에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러 차를 몰고 가다가 접촉사고를 냈다. 그 일로 호란은 최근까지 2년 반가량 모든 활동을 접어야 했다.
▷몸무게가 70kg인 성인 남성이 소주 한 병을 마신 뒤,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시키려면 10시간 이상을 쉬어야 한다. 6시간가량 자고 일어나도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 수준이어서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기준(0.03%)을 훌쩍 뛰어넘는다. 체질이나 체격, 안주에 따라 알코올 분해에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질 수도 있다. 술을 마셨다면 무조건 조심하고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숙취 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미약하다. 박한이 선수 음주운전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는 “당일도 아니고 다음 날 아침에 걸린 건 억울하겠다”, “재수가 없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술이 안 깬 상태에서 운전을 한다는 점에서, 숙취 운전은 음주운전과 똑같다. 술을 마시면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것이 당연하듯이, 음주 다음 날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상식이 돼야 한다. “이 정도 쉬었으면 문제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운전석에 앉는 것은 본인은 물론이고 남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