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5개 국영기업 순이익의 4% 이상… 민간까지 합치면 73조원 추정 화웨이 “美페덱스와 거래 재고”… 中정부와 對美 공동반격 움직임 블룸버그 “美-中 전면 무역전쟁땐… 2년뒤 세계경제 713조원 손실”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주의 집무실 책상. 한가운데 반(反)해외부패법 혐의로 미국 정부에 체포된 적이 있는 프랑스 기업 알스톰의 중역 프레데리크 피에루치가 미 법무부와의 법정 투쟁을 기록한 책 ‘미국 함정’의 중문판이 놓여 있다. 사진 출처 가오위안 트위터
지난해 중국이 국영기업에 사상 최대인 1538억 위안(약 26조43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중국의 보조금이 미국 기업의 이익을 해친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 문제가 양국 갈등을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금융 데이터업체인 윈드가 중국의 상장 국영기업 3545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보조금이 2017년에 비해 14% 증가한 1538억 위안(약 223억 달러)이었다고 보도했다. 최대 석유화학 기업 중국석유화공집단유한공사(SINOPEC·시노펙)가 국영기업 중 가장 많은 75억 위안의 보조금을 받았다. 30년 만에 판매량이 줄어든 중국의 자동차 불황에서 상하이자동차그룹은 36억 위안을 받았다.
윈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은 상장 국영기업의 전체 순이익(3조7000억 위안) 가운데 4% 이상에 달했다. FT는 민간 기업까지 합치면 2017년 정부 보조금은 약 4300억 위안(약 73조7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당초 순조롭게 합의될 것으로 여겨졌던 미중 무역협상이 중단된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이 미국의 보조금 지급 금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도 반격 움직임을 보였다. 27일 로이터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가 화웨이 화물의 도착지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꿨다고 주장하면서 페덱스와의 거래를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최고경영자(CEO)의 책상에선 프랑스 에너지·기관차 기업 알스톰의 전직 간부인 프레데리크 피에루치가 미국을 비난하며 쓴 책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미국에 반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동안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공산당과 관계없다고 반박했지만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들은 최근 이 책을 내세워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최근 런정페이를 인터뷰한 블룸버그 기자는 런정페이의 책상에 놓인 이 책을 촬영해 27일 트위터에 공개했다. 피에루치는 2013년 인도네시아 사업 관련 뇌물 혐의로 미국 공항에서 체포돼 지난해 석방됐다. 미국은 그에게 ‘반(反)해외부패법’을 적용했고 중국은 이 사건을 ‘프랑스판 화웨이 사건’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