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욱 영화평론가
올해는 한국에서 영화가 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신작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쾌거는 한국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한국 영화로는 첫 번째, 아시아 영화로는 2년 연속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번까지 아시아 영화는 8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우리 영화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도전해왔다. 그 사이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 감독 등의 작품이 세계 영화인의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은 지난해 화제가 됐던 ‘버닝’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수상에 실패하면서 한국 영화는 10년 가깝게 본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봉 감독의 쾌거는 우리 영화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웠던 허전함을 해결해준 국제 영화계의 ‘훈장’이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칸 영화제는 전통적으로 가족 소재 영화를 선호했다. ‘기생충’도 두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둘째, 칸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영화인이 주목하는 ‘감독 봉준호’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작품에 담아낸 신자유주의에 대한 블랙코미디적인 통렬한 비판 정신이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담아낸 가진 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 정신이 녹슬지 않았고, 더욱 날카롭고 통렬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기념비적인 시기에 봉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하며 세계 속에 우뚝 섰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영화의 꽃이 다시 한 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그의 영향이 골고루 미쳐 앞으로 제2, 제3의 봉준호가 계속 출현하기를 바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